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439 - 혜성에 알콜과 당분이 있다?



(Picture of the comet C/2014 Q2 (Lovejoy) on 12 February 2015 from 50km south of Paris.
Credits: Fabrice Noel)


 혜성 러브조이는 새로운 명성을 얻게되었습니다. 달달한 이름처럼 당 성분과 알콜 성분이 혜성 관측 결과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 혜성 뒤를 따라가면 취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분자들은 생명 현상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만한 소재입니다. 


 혜성은 태양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어쩌면 생명 탄생에 필요한 물질이나 더 나아가 생명 자체가 혜성에서 탄생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혜성은 상당히 많은 탄소와 유기물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혜성이 눈덩이 같은 형태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혜성 67P/Churyumov­-Gerasimenko에서 보듯이 사실은 표면이 흙과 같은 먼지로 덮여 있는 혜성도 적지 않습니다. 쉽게 기화되는 얼음이나 이산화탄소와 달리 비휘발성 물질들은 표면에서 농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태양에서 날아오는 에너지를 받으면 혹시 생명체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이는 아직 검증할 수 없는 가설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과학자들이 이미 혜성에서 상당한 유기물을 확인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67P 에서는 16가지 유기물질이 확인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혜성 러브조이에는 우주선을 보내지 못했지만, 대신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서 구성 물질을 역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화학물질에 따라서 내는 고유의 파장이 있기 때문이죠. 


 파리 관측소의 니콜라스 비버(Nicolas Biver of the Paris Observatory, France)와 그의 동료들은 피코 벨레타 30m 구경 전파 망원경(IRAM 30-meter radio telescope)을 이용해서 혜성 러브조이가 방출하는 가스에서 에틸 알코올(에탄올)과 단순한 당류인 글리콜알데하이드(glycolaldehyde)를 발견해 이를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드에 발표했습니다. 


 이 물질들은 물론 생명체 자체는 아니지만, 이런 유기물이 혜성에 풍부하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8억년 이전 태양계는 후기 대폭격기(Late Heavy Bombardment) 라는 시기를 겪었습니다. 이 시기 수많은 소행성과 혜성이 태양계 안쪽으로 밀려들면서 지구는 물론 여러 행성들에 충돌했습니다. 이렇게 충돌한 혜성 가운데는 유기물과 물이 매우 풍부한 것들도 존재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혜성이 지구 생명체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가설은 나름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 과학자들은 의견의 일치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전에 전해드린 것과 같이 지구의 바다의 물이 혜성에서 왔는지의 여부도 아직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혜성 러브조이에 이름에 걸맞는 달달한 물질이 있다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이 혜성이 달달한 맛은 아니겠지만, 우연히 결정된 이름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우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근육 떨림을 막는 전자 임플란트

  (Three of the muscle-stimulating implanted electrodes – these ones are attached to silicone tubes which were used to more easily extract them from test subjects' bodies once the study was completed. Credit: Fraunhofer IBMT) ​ (A diagram of the system. Credit: Equinor Open Data License) ​ ​ ​ 근육이 자기 의지와 관계 없이 갑자기 수축하거나 떨림 (tremor, 진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현재까지는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치료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국립 연구 위원회(Spanish National Research Council)가 이끄는 독일, 아이슬란드, 영국, 미국 의 과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 ​ 이 연구는 국제 과학 컨소시엄인 EXTEND 프로젝트의 일부로 신체에 신경 신호를 조절하는 전극을 넣어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 방법은 간단합니다. 생체 적합 물질로 만든 길이 3cm, 지름 1mm 크기의 백금-이리듐/실리콘 (platinum-iridium/silicone) 임플란트를 근육 속에 넣습니다. 각 임플란트엔 센서와 액추에이터 역할을 할 두 개의 전극이 있습니다. 외부에 있는 전극은 전원을 공급하는 기능도 합니다. ​ ​ 이 임플란트는 근육의 떨림이나 이상 동작을 파악하면 신호를 보내 움직임을 멈추게 합니다. 초기 임상 실험 결과는 1-2시간 정도 작동으로도 더 긴 시간동안 떨림 증상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게 될지는 지금 단계에서 말하기 이르지만, 먼가 사이버펑크의 세계가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전자 임플란트 같습니다. ​ ​ 참고 ​ ​ https://newatlas.com/health-w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