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차세대 스텔러레이터 완성 - 핵융합 연구에 다크호스 될까?


(출처: 사이언스/​Max Planck Institute for Plasma Physics)
 핵융합은 궁극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갈의 걱정없이 마음대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위험한 방사성 폐기물이 별로 없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핵융합 반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실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일은 현재로써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일단 핵융합 반응을 제어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수소 폭탄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반응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섭씨 1억도로 치솟는 뜨거운 플라즈마를 제어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물질은 이 열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자기장에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널리 연구된 방식은 구소련에서 1950년대 개발된 토카막(Tokamak) 방식입니다. 현재 ITER 같은 차세대 거대 핵융합 장치 역시 토카막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자기장 방식 가운데서 도넛 모양의 자기장을 만드는 토카막 방식이외에 1951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라이만 스피처 (Lyman Spitzer at Princeton University)가 고안한 스텔라레이터(stellarator)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이 장치의 특징은 타원 모양의 자기 코일을 서로 조금씩 회전하면서 배치해 자기장의 강약에 따라서 스스로 압축되는 플라즈마 핀치 효과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스텔라레이터와 토카막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1970년 대 이후 연구는 토카막 방식에 집중되었습니다. 토카막 방식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데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토카막 방식에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플라즈마에 전류를 흘려보는 방식인데, 이 전류가 쉽게 불안정해지거나 혹은 중단되면 핵융합 반응이 중단되는 것이죠. 반면 플라즈마에 전류를 흘릴 필요가 없는 스텔라레이터는 훨씬 안정적으로 플라즈마를 농축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죠.
 최근까지 가장 강력한 스텔라레이터 핵융합 장치는 일본이 1998년부터 운용한  Large Helical Device (LHD) 장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스텔라레이터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각 초전도 자석이 mm 이하의 매우 정확한 각도로 조금씩 틀어져야 하기 때문이죠. 완벽한 디자인의 스텔라레이터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미국의 연구자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스텔라레이터 기기인 National Compact Stellarator Experiment (NCSX)를 개발하려 했지만, 2008년 이 문제로 인해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결국 중도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비슷한 연구를 진행했던 독일의 연구자들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벤델슈타인 7X Wendelstein 7-X (W7-X)라는 이 스텔라레이터는 이 종류의 기기로는 역대 가장 강력한 장치인데, 각각의 초전도체 자석 코일의 크기가 높이 3.5m, 무게 6톤에 달합니다. 이를 모두 정확하게 mm 이하 단위로 각도를 맞춰 연결하는 일은 보통 여려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동영상 참조)

(동영상)
 지름 16m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크기의 초전도체를 액체 헬륨으로 냉각시켜 절대 영도에 가깝게 만드는 동시에 내부의 플라즈마를 1억도로 유지하는 일은 극도로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결국 2006년 5억 500만 유로였던 건설비는 2015년에는 10억 6000만 유로까지 치솟았습니다. 독일 정부의 결단이 없었다면 완성되지 못했을 이 핵융합 연구 시설은 마침내 완공되어 이제 실제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과연 W7-X가 이전 토카막에 밀려 이제는 마이너의 위치로 내려간 스텔라레이터를 복귀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릅니다. 최소한 이 장치는 스텔라레이터를 제작하기 매우 힘들다는 사실은 증명했지만, 아직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극도로 정밀한 핵융합 연구 기기를 조립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W7-X의 제작을 위해서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매우 정교한 수치 계산과 제작 및 조립 과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술이 진보하면 결국에는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일도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과연 가까운 시일내로 큰 진전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