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205 - 소행성 세레스에서 수증기가 ?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 소행성대에는 수많은 작은 소행성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소행성은 바로 세레스 (Ceres) 인데 최근에는 왜행성 (dwarf planet) 으로 다시 분류되었죠. 아무튼 세레스는 그렇게 멀지 않은 왜행성임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도 외행성 탐사선들과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지금까지 한번도 탐사선이 도달한 적이 없는 왜행성이긴 합니다. 다만 이전에 설명드린 것처럼 소행성 탐사선 던 (Dawn) 이 세레스를 향하고 있고 2015 년에는 여기에 도달해 중요한 관측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2/09/114.html 참조)  


 그런데 던이 도착하기 전 지구의 L2 지점에서 관측을 진행 중인 유럽 우주국 (ESA) 의 허셜 우주 망원경 (Herschel space observatory) 이 세레스에서 신기한 것을 관측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수증기의 존재로 사실 소행성대에서는 처음 발견되는 것입니다.  




(세레스에서 발견된 수증기 개념도  This artist rendering released by IMCCE (Institut de Mecanique Celeste et de Calcul des Ephemerides) shows water plumes spewing from the surface of the dwarf planet Ceres. Scientists led by the European Space Agency observed the plumes and reported their findings in the Jan. 23, 2014 issue of the journal Nature. (AP Photo/ IMCCE, Paris Observatory, CNRS) )  


(역시 같은 개념도   Artist’s impression of Ceres. Observations by ESA’s Herschel space observatory between 2011 and 2013 find that the dwarf planet has a thin water-vapour atmosphere. The inset shows the water absorption signal detected by Herschel on 11 October 2012. Credit: ESA/ATG medialab/Küppers et al.)  


 비록 아직까지 탐사선이 직접 가서 관측은 하지 못했지만 과학자들은 세레스의 밀도로 등으로 부터 아마도 이 왜행성이 중심부에는 암석으로 된 코어를 가지고 그 밖으로 얼음으로 된 부분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물의 양을 다 합치면 아마도 지구에 있는 물보다도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실제 증거는 없었습니다.



 ESA 의 마이클 쿠퍼스 (Michael Küppers) 와 그의 동료들은 허셜 우주 망원경 관측 결과를 토대로 세레스 주변에서 수증기의 기둥으로 생각되는 물질을 관측했습니다. 그런데 춥고 작은 왜행성에 어떻게 이런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가설은 이렇습니다.   




(세레스의 예상 구조.   Credit :  NASA, ESA, and A. Feild (STScI))  


 세레스의 내부는 크기가 작은데다 방사선 동위원소도 별로 없어서 지구처럼 온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오나 유로파처럼 큰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도 아니기 때문에 조석력의 차이에 의해서 내부에 열이 생길 가능성도 적습니다. 그러나 타원 궤도를 도는 소행성이기 때문에 태양에 가까운 지점까지 가면 일시적으로 얼음 표면이 녹을 수 있습니다.  


 화성 보다 더 태양에서 멀지만 대신 대기나 다른 열을 보존할 만한 물질이 없어서 태양빛이 비추는 지점에서는 온도가 꽤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가 없는 관계로 액체 상태의 물이 생기면 표면을 흐르는 대신 바로 끓어올라 증발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비록 농도는 높지 않더라도 수증기의 기둥이 표면에서부터 발생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물론 항상 그런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잠시간 발생하는 일입니다.  


 이와 같은 발견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데 던 탐사선이 세레스 표면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단서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저해상도 사진에선 알 수 없었던 놀라운 지형이 세레스에 존재할 지 모릅니다. 특히 얼음으로 된 표면이 노출되어 있다면 이는 미래 우주 탐사에 중요한 목표가 될 것입니다.  


 세레스의 구성성분은 태양계 탄생 초기의 정보를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원시 미행성의 탄생 과정의 비밀이 여기에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막대한 물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우주 개척에 나설 인류의 후손들에게 중요한 자원 공급처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진짜 어느 정도의 물이 있는지는 앞으로 던 탐사선을 비롯한 탐사선들이 밝혀야 할 과제입니다. 따라서 내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되네요.   



 참고



Journal Reference:
  1. Michael Küppers, Laurence O’Rourke, Dominique Bockelée-Morvan, Vladimir Zakharov, Seungwon Lee, Paul von Allmen, Benoît Carry, David Teyssier, Anthony Marston, Thomas Müller, Jacques Crovisier, M. Antonietta Barucci, Raphael Moreno.Localized sources of water vapour on the dwarf planet (1) CeresNature, 2014; 505 (7484): 525 DOI:10.1038/nature1291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