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정거장에서 불이 난다면 ?



 국제 유인 우주 정거장 (ISS) 를 비롯해서 거의 중력이 없는 상태 (흔히 무중력 상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우주에서 중력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 순수한 의미의 무중력 공간은 없기 때문에 미세 중력 microgravity 이 있는 상태임) 의 우주선 안에서는 지구 표면과 같이 강한 중력이 작용하는 곳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현상들이 일어납니다. 이점은 양초 하나만 켜봐도 알 수 있는데 미세 중력 하에서는 (물론 공기가 있는 밀폐공간에서) 우리가 지구에서 흔히 보는 눈물 모양의 불꽃이 아니라 독특하게 생긴 돔 모양의 불꽃이 형성됩니다.



(지구상에서의 불꽃의 모습 (좌측) 과 미세 중력 환경에서 불꽃 (우측) 의 차이 A comparison between a flame on Earth and a flame in a microgravity environment. This occurs because the flame on Earth is hot and since heat rises it makes that nice slender shape but since there isn't gravity in the second picture it just expands in a sphere.  Credit : NASA )




(나사 사이언스캐스트  )  


 위의 나사 사이언스 캐스트에서도 설명이 나오지만 이런 차이가 일어나는 이유는 물론 중력 때문입니다. 중력이 있는 상태에서는 따뜻해진 공기는 밀도가 낮아지면서 가벼워지기 때문에 차가운 주변 공기보다 위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상승 기류를 만들면서 공기를 순환시킵니다. 이런 환경에서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공급되는 것은 물론 독특한 눈물 모양의 불꽃이 형성됩니다. 


 그러나 중력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미세 중력 환경에서는 따뜻해진 공기는 밀도만 낮아질 뿐이지 상승 기류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같은 양초라도 미세 중력 환경에서는 불꽃의 크기와 밝기 모두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ISS 에는 공기 순환을 위한 펌프가 있어 대기를 순환시키기는 하기 때문에 화재가 날 경우 어쨌든 신선한 공기가 계속 공급되긴 하지만 지상 만큼 빠르게 연소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재가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죠. 밀폐된 공간에서의 화재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게 됩니다. 유독가스의 농도도 훨씬 빨리 올라가고 산소도 빠르게 고갈되어 우주인이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특히 밖으로 대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ISS 에서는 3 단계 매뉴얼에 따라 대응을 한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서 화재가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기 시스템을 정지 시킨다고 합니다. 두번째로는 화재가 난 유닛의 전력을 내리는데 합선등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소화기를 사용해서 화재를 진압하는 것입니다. ISS 에는 러시아 유닛에 포말 소화기가 있고 나머지는 이산화탄소 소화기가 있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다행히 ISS 에서는 화재가 없었지만 1997 년에 우주 정거장 미르 (Mir) 에서는 실제 화재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곧 진압되기는 했지만 덕분에 유독 가스가 정거장 안에 차기도 했었죠. ISS 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소방 안전은 현재도 중요한 이슈이며 ISS 내부에는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러시아 모듈에 비치된 포말 소화기   Credit : NASA)


 한가지 더 덧붙이면 위의 사이언스 캐스트에 소개된 것처럼 독특한 형태의 연소 때문에 ISS 에서는 미세 중력 상황에서의 연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소 반응에 대한 연구가 미래에 더 효율적인 내연 기관 개발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