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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밍고처럼 여과 섭식을 한 고대 익룡


(Pterodaustro, pencil drawing, digital coloring. All illustrations on this site are copyrighted to Nobu Tamura. The low resolution versions of the images are licensed under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Alike (CC BY-SA).)

(The fossil droppings were scanned using synchrotron microtomography. This works in a similar way to a CT-scanner in a hospital but with much stronger x-ray beams, making it possible to image the contents of fossils in three dimensions. The scans revealed many microscopic food remains including foraminifera (small amoeboid protists with external shells), small shells of marine invertebrates and possible remains of polychaete worms. Credit: Qvarnström et al)

(The fossil droppings were scanned using synchrotron microtomography. This works in a similar way to a CT-scanner in a hospital but with much stronger x-ray beams, making it possible to image the contents of fossils in three dimensions. The scans revealed many microscopic food remains including foraminifera (small amoeboid protists with external shells), small shells of marine invertebrates and possible remains of polychaete worms. Credit: Qvarnström et al)


 익룡은 중생대 하늘을 지배한 생물입니다. 비록 당시에도 원시 조류와 비행 능력을 지닌 소형 공룡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역사상 가장 큰 날짐승의 타이틀을 지닌 익룡에 비할 바는 아닐 것입니다. 보통 익룡은 공룡 영화에서 사람을 주식(?)으로 삼고 다큐멘터리에서는 물고기를 주로 먹지만, 오랜 세월 다양하게 적응 방산했던 생물답게 먹고 사는 방식 역시 다양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의 플라밍고처럼 물을 여과해 작은 먹이를 걸러 먹는 여과 섭식성 익룡도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가운데는 마치 수염고래 같은 미세한 여과막을 진화시킨 익룡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크테노카스마과 (Ctenochasmatidae)의 익룡들이 그렇습니다. (사진에 예시를 든 프테로다우스트로 Pterodaustro가 그 대표적 사례)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들이 무엇을 걸러 먹었는지 알아내기는 어려웠습니다. 


 웁살라 대학과 폴란드 과학 아카데미 (Uppsala University and the Polish Academy of Sciences)의 연구팀은 폴란드 Wierzbica 채석장에서 발견한 1억 5천만년 전의 분석 (Coprolites, 배설물 화석) 화석에서 이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발자국 화석을 참고하면 이 화석을 만든 주인공은 당시 번성했던 크테노카스마과 익룡으로 생각됩니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CT 스캔을 통해 익룡이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작은 유공충이나 단단한 껍질을 지닌 무척추동물을 즐겨 먹었습니다. 물론 소화되지 않는 껍질이 분변에 더 많이 남는 점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들이 현재의 플라밍고처럼 물속에서 작은 먹이를 걸러 먹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는 작은 이빨이나 수염 같은 구조물이 여과 섭식 용도로 쓰였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준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하면 중생대의 익룡이 현생 조류와 흡사한 생태적 지위를 지녔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하늘이 조류의 차지가 된 것 역시 대멸종의 영향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참고 


Martin Qvarnström, Erik Elgh, Krzysztof Owocki, Per E. Ahlberg & Grzegorz Niedzwiedzki (2019). Filter feeding in Late Jurassic pterosaurs supported by coprolite contents. PeerJ. In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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