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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에 대응해 작아지는 물고기 - 유전자의 비밀을 풀다



(The evolved differences in adult size across fish from the three different harvest regimes. Credit: David Conover and Stephan Munch)


 전 세계적으로 물고기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간의 과도한 남획으로 인해 큰 물고기가 사라진 탓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 작은 크기가 생존에 유리해졌기 때문입니다. 작은 물고기가 그물에 걸릴 위험이 낮기 때문에 물고기들은 성장 속도를 점점 늦추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빨리 성숙해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진화압을 받고 있습니다. 


 코넬 대학의 니나 오버가르드 테르킬드센 교수 (Nina Overgaard Therkildsen, professor of conservation genomics at Cornell University)와 그녀의 동료들은 실험실 환경에서 크기에 따른 선택적 압력이 유전자에 어떤 변화를 유발해 느리게 자라고 빨리 성숙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15cm 이하 크기의 작은 물고기인 샛줄멸류 (silverside)를 이용해 작은 물고기를 제거하거나 큰 물고기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화압을 가했습니다. 그 결과 그룹에 따라 불과 4세대 만에 두 배의 크기 차이가 관찰되었는데, (사진) 연구팀은 이들의 유전자를 조사해서 이에 관련된 유전자 수백개를 찾아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물의 진화는 수백만년에 걸쳐 매우 느리게 일어나는 것으로 인식되지만, 이는 환경 변화가 크지 않을 때 이야기고 만약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 새로운 선택이 이뤄지면서 급속한 형질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구 역사상 급격한 변화로 수많은 생물체가 대량 멸종된 사건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럼에도 빠른 속도로 생물 다양성이 다시 회복된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인간에 의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할 수 밖에 없는 물고기의 사연도 씁쓸해 보입니다. 


 참고 


N.O. Therkildsen el al., "Contrasting genomic shifts underlie parallel phenotypic evolution in response to fishing," Science (2019). science.sciencemag.org/cgi/doi … 1126/science.aaw7271

C. Jorgensen el al., "Fishing for answers," Science (2019). science.sciencemag.org/cgi/doi … 1126/science.aay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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