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9900만년 전 흰개미 종속생물



(The oldest termitophile from 99-million-year-old Burmese amber, Cretotrichopsenius burmiticus. Credit: Cai et al., 2017)


(Ecological reconstruction of the mid-Cretaceous termitophille. Credit: Cai et al., 2017)


 흰개미는 공생의 대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인간에게는 건물이나 가구를 갉아먹는 해충처럼 인식되지만, 이들은 장내 세균과 공생을 통해 식물을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해 중요한 역할입니다. 동시에 수많은 생물이 흰개미와 공생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흰개미굴에 흰개미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흰개미종속생물(termitophille)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동식물이 흰개미와 함께 살아갑니다.  물론 흰개미를 먹이로 삼는 개미나 혹은 개미핡기 같은 척추동물도 존재하지만, 거대한 군집을 이루고 병정 흰개미가 지키는 흰개미집은 꽤 안전한 서식처입니다. 따라서 많은 곤충들이 이 안전한 둥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흰개미는 보통 육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한 것도 있겠죠. 


 수백종의 곤충이 흰개미굴에서 같이 살면서 먹이를 공유하고 (흰개미가 먹이를 가져다주면 분비액을 내서 흰개미에 다시 먹이를 주는 관계) 흰개미로부터 보호를 받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식량 (흰개미가 키우는 곰팡이) 등을 갈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이 생물들은 흰개미에 큰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흰개미 종속생물이 적어도 1900만년 정도 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호박 속에 화석화된 흰개미 종속생물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개 흰개미굴에서 살기 때문에 이들이 호박속에 기록으로 남는 경우는 드물어 정확한 기원을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중국의 난징 지질학 및 고생물학 연구소 Nanjing Institute of Geology and Palaeontology (NIGPAS)의 과학자들은 무려 9900만년 전의 화석에서 흰개미 종속 생물의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딱정벌레의 일종인 이 곤충은 현재의 흰개미 종속생물과 비슷하게 투구게 같은 모양으로 형태학적인 변형을 완료했습니다. 이는 여러 차례 수렴진화의 형태로 독립적인 곤충에서 진화된 모습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몸구조는 흰개미굴에서 살아가기는 적합할지 모르지만, 사실 외부 환경에서 서식하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구조입니다. 이 백악기 곤충은 빨리 달아나거나 움직일 수 없기에 먹이를 잡거나 천적에서 피하기는 대단히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흰개미굴에서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곤충과 흰개미의 구체적인 관계는 알기 어렵지만, (상리공생인지 편리공생인지 기생인지) 이미 이 시기에 이런 곤충이 진화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만큼 흰개미 군집이 백악기에도 상당히 진화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참고  


More information: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17.03.00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