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llustration shows a sea scorpion attacking an early vertebrate. Credit: Nathan Rogers)
고생대 바다에는 거대한 전갈처럼 생긴 유립테루스 (Eurypterid, 광익류) 가 번영을 누렸습니다. 흔히 바다 전갈로 알려져 있지만, 민물에 사는 종류도 있었고 현재의 전갈보다는 거미류와 더 연관성이 깊은 생물체입니다. 가장 큰 것은 2.5m에 달하는 몸길이를 지녀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장 거대한 절지동물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유립테루스에 대해서는 네이버 캐스트를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4억 3000만년 전 바다에서는 아직 척추동물은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에 있지 못했고 대신 거대한 유립테루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6쌍의 부속지와 집게는 아마도 먹이를 잡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갈처럼 뽀족하게 생긴 꼬리의 용도에 대해서는 과학자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전갈처럼 독을 지녔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단지 헤임치기 위한 용도였다면 이런 모양을 했다는 것은 이상해 보입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스콧 퍼슨스와 존 아콘 (University of Alberta scientists Scott Persons and John Acorn)은 이 꼬리의 침 같은 구조물의 용도가 먹이를 도망가지 못하게 잡는 용도라는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꼬리 주변으로 존재하는 톱니같은 구조물이 먹이를 고정하는 용도였다는 것입니다. (복원도 참조) 연구팀은 Slimonia acuminate 같은 유립테루스의 꼬리를 분석해 이와 같은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꼬리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이들이 고생대 생태계의 정점에 있던 생물이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들의 기원은 적어도 오르도비스기로 올라갈 수 있으며 데본기에 그 수가 크게 줄어든 후 페름기말 대멸종 때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들의 수가 감소한 것은 어류의 번성과 관련이 있어 보이지만, 대형 어류가 진화하기 전 척추동물의 조상을 유립테루스가 사냥해 잡아먹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척추동물의 조상은 빠르게 진화하면서 이 위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당시 다 잡아먹혔으면 이렇게 글을 쓰는 저나 읽는 독자분들 모두 없었겠죠. 아무튼 척추동물이 생태계의 정점에 서기 전 존재했던 다양한 고생대 생물들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소재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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