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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식이 섬유 섭취량 - 지속적으로 감소 중


 앞서 식이섬유에 대한 포스팅 다음 이야기입니다. 한국인은 본래 채식 위주의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과거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를 하다보니 식이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로 올수록 점차 육류 섭취량 및 가공 식품 섭취량이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 섭취가 줄어들면서 한국인에서도 식이섬유 섭취량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이전 포스트 : http://blog.naver.com/jjy0501/220979462784


 지금 설명하는 내용은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을 추가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책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535342



 한국인의 식이섬유 섭취량은 과거에는 상세하게 연구된 편이 아니지만, 90년대 이전에 행해진 여러 연구에서는 대략 1000kcal 당 12g 정도로 추정되었습니다. 충분섭취량 역시 외국의 사례와 국내 섭취량을 감안 1000 kcal 당 12g 혹은 성인 남성에서 하루 25g, 여성에서 하루 20g 정도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열량 섭취량이 많을수록 많이 먹는 만큼 식이섬유 섭취량은 전체 먹는 양에서 양으로 /1000kcal로 표시하거나 하루 섭취량으로 표시)


 과거 연구에서는 다소 연구에 따른 차이는 있어도 평균 12g/1000kcal 수준을 유지했으나 현재 한국인의 평균 섭취량은 10g/1000kcal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차: 2015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등)


 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식단이 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과거에는 현재처럼 흰쌀밥만 먹지 않았습니다. 도정을 두 차례 거치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기도 했고 쌀만 먹어서는 양이 부족한 탓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식물과 더불어 다양한 잡곡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흰쌀밥은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먹을 것이 풍족해지면서 한국인의 식단도 잘 정제된 밀가루나 백미가 주종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도 설명했지만, 도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식이섬유를 포함한 많은 영양소가 사라지고 순수한 전분(녹말)만 남게 되면 사실 열량은 높아지지만, 반대로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이런 음식을 기반으로 먹게 되면 섬유질 섭취는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이것이 문제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최근에 와서입니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줄어들면 당뇨 같은 대사 질환은 물론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식이섬유가 영양분의 흡수 속도를 줄이고 적당한 포만감을 주어 과도한 열량 섭취에 따른 문제점을 줄이기 때문인데, 아마도 이것 이외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다른 기전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동시에 식이섬유 섭취량은 대장암과 관련이 있습니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적은 사람이 대장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이전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서는 우리보다 높은 1000kcal 당 14g의 식이 섬유 섭취를 권장하고 있으나 대개는 권장량보다 낮은 섭취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인에서 식이섬유 섭취량과 대장암 발생률이 반대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식이섬유 섭취 부족만이 대장암 증가의 위험요소는 아니지만, 위험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주목할만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인의 경우 하루 섭취 기준체를 만족시키는 경우가 2008년에는 29.2%였으나 2013년에는 21.5%로 크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연령대별로 보면 소아 청소년, 그리고 청년층에서 섭취가 특히 부족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아 청소년층에서는 기준 섭취량를 만족시키는 경우가 10% 미만입니다.





 이는 식이섬유가 거의 없는 가공식품이나 잘 정제된 밀가루 음식, 흰쌀밥 등을 주로 먹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닙니다. 서구 국가에서도 이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가이드라인 역시 전체 곡물 섭취 중 절반을 통곡물 (도정 같은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곡물)로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주로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오래전부터 잡곡밥을 권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성장에 따라 식단이 다양해지고 가공식품 및 패스트푸드 섭취가 증가하면서 식이 섬유 섭취량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특히 노년층에 비해 젊은층에서 식이섬유 섭취가 적은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식이섬유 섭취가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루 식이 섬유 기준 섭취량인 20-25g은 언뜻 생각하기에 달성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다음에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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