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648 - 마이크로 중력 렌즈로 찾아낸 얼음 행성



(This artist's concept shows OGLE-2016-BLG-1195Lb, a planet discovered through a technique called microlensing.
Credits: NASA/JPL-Caltech)


 한국천문연구원의 한국 마이크로렌징 망원경 네트워크 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 (KMTNet)와 나사의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마이크로 중력 렌즈를 이용해서 멀리 떨어진 얼음 행성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중력 렌즈 현상은 중력을 행사하는 천체에 의해서 빛이 굴절되어 마치 망원경의 렌즈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되면 마치 돋보기를 댄 것처럼 천체가 훨씬 크게 보이기 때문에 본래는 망원경으로 볼 수 없는 희미한 천체도 찾을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은하를 이용해서 더 멀리 떨어진 은하를 관측하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매우 작은 중력렌즈 현상까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 중력 렌즈 효과를 이용하면 보이지 않는 행성의 존재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어두운 행성이 지구에서 바라볼 때 별 앞을 지나면서 중력 렌즈 효과로 별빛이 약간 밝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길어야 수시간에 지나지 않고 본래 별이 가지고 있는 밝기 변화와 감별이 쉽지 않아서 막상 이를 실제로 관측하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KMTNet은 이를 감지할 목적으로 칠레, 남아프리카 공화국, 호주에 건설된 세 개의 망원경 네트워크입니다. 이를 통해서 마이크로 중력렌즈 현상으로 의심되는 현상이 발견되면 이를 스피처 우주 망원경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나사의 연구팀은 KMTNet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지구에서 13,000거리에 있는 외계 행성을 확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OGLE-2016-BLG-1195Lb는 매우 어두운 모항성 주변을 공전하고 있습니다. OGLE-2016-BLG-1195L의 질량은 태양의 7.8% 수준으로 사실 적색왜성과 갈색왜성의 경계에 위치한 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둡고 작은 천체 주변을 공전하기 때문에 대략 지구 - 태양간 거리에서 공전하는 OGLE-2016-BLG-1195Lb의 표면 온도는 명왕성보다도 낮습니다. 


 OGLE-2016-BLG-1195Lb의 관측은 매우 멀리 떨어진 어두운 행성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나사는 2020년 대 중반에 Wide Field Infrared Survey Telescope (WFIRST)를 발사할 예정이고 이 망원경이 발사되면 마이크로 중력렌즈 효과를 더 쉽게 관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마이크로 중력렌즈 관측을 통해서 더 많은 천체들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것도 흥미로운 소식이긴 하지만, 간만에 한국천문연구원의 이름을 들을 수 있어 기분 좋은 소식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한국천문연구원과 국내 과학자들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