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들어가면서 - 왜 R 언어인가?



(R 로고. 출처: Hadley Wickham and others at RStudio)



 앞으로 진행하게 될 R, 통계분석, 데이터 분석 관련 포스트에 앞서 제가 R을 공부하게 된 동기 및 포스트 작성을 계기를 간단히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 R을 공부하게 된 계기 


 사실 저는 의대를 다닐 때 기초 의학통계를 배울 때나 이후 대학원에서 SPSS 강좌를 들을 때나 통계 분석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논문을 쓸 때에도 직접 분석하기 보다는 다른 분의 도움을 받아 작성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왜 당시에는 흥미가 없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아마도 통계 분석이 내 전공과는 관련성이 떨어지고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통계 및 데이터 분석은 공학/의학/자연 과학 연구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과학 분야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능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물론 연구 분야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실험, 관찰 과학에서 제대로 된 통계 분석을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인정을 받기 어려운 연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통계 분석은 상당히 어려운 수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결과를 해석하고 통계 모델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서 많은 이들이 좌절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저 역시 그 중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한동안 연구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연구를 진행하면서 통계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기초부터 다시 공부해서 분석을 스스로 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길이 보인다고 할까요. 두서없이 시작한 공부였지만, 그 과정에서 R 언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R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앞으로 데이터 분석을 나의 제 2의 전공으로 삼아야하겠다는 결심까지 하게되었습니다. 


 사실 R 언어는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전에 C언어나 자바 등 다른 언어를 배운적이 없는 저 같은 사람은 더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통계 분석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인 SPSS와 비교해서 너무 생소한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몇 번 도전해보다가 바로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R의 매력에 푹 빠지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악기를 배울 때 처음에는 단순한 소리도 내기 어렵지만, 어느 정도 기본기가 생기면 그 다음에는 연주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도 몰랐던 악기를 자기 몸처럼 사랑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생소하던 악보도 매우 친숙하게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야기 해보면 R 코드와 통계 분석 방법도 처음에는 너무 생소하고 잘 모르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에 있는 예제를 반복해서 따라하면서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다보니 새로운 길이 눈에 보이고 그것이 매우 흥미로워서 매일 같이 하지 않으면 아쉬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연구에 있어서도 이제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R을 추천하는 이유


 사실 모든 사람이 R 언어를 공부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과 연관된 업무에 종사하거나 혹은 학문 연구를 위해 통계 분석 및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언어입니다.


 R을 추천하는 첫 번째 이유는 무료라는 것입니다. 오픈 소스 언어로써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어만 무료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개발된 툴인 패키지도 모두 무료입니다. 


 R을 추천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 패키지입니다. 언어에는 공식적으로 CRAN ( https://www.r-project.org/ )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패키지만 이미 6천개 이상 등록되어 있으며 깃허브에서 받을 수 있는 것까지 합치면 2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R 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자신이 스스로 필요한 패키지를 만들어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R의 확장성은 상용 패키지인 SPSS, SAS, STATA 등과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것입니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 및 데이터 시각화를 위한 강력한 확장성은 R 언어가 갈수록 인기를 끌게 만드는 원동력 같습니다. 


 R을 추천하는 세 번째 이유는 코드의 활용 및 재현 가능한 연구 때문입니다. R은 모든 작업이 코드를 통해 이뤄집니다. 다시 말해 SPSS처럼 파일을 불러들이거나 저장하는 과정을 마우스로 클릭해서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는 처음에는 생소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코드로 남겨놓을 수 있으며 비슷한 연구를 진행할 때 이 코드를 사용해서 과정을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또 나중에 데이터와 코드만 있으면 결과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R의 큰 장점입니다. 


 이와 같은 R의 장점은 R 언어가 가진 몇 가지 불편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점점 R 언어가 큰 인기를 끌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 R강좌를 마련하게 된 이유


 하지만 이런 R의 강점과는 별개로 R 관련 포스트를 블로그에 올려도 되는 것인지는 좀 고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제가 여전히 R이나 통계 모두 초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 전문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R 관련 포스트를 작성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문제점 때문이었습니다. 통계 분석 관련 포스트들은 네이버에서도 쉽게 검색이 가능하지만, 한글로 된 R 관련 포스트를 찾기는 다소 어렵습니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서도 R 관련 서적이 계속해서 출간되고 있고, 몇몇 분들의 노력으로 R 관련 포스트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한글로 된 콘텐츠가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R과 통계 분석은 책 한 두권으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많은 의문점을 검색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이 때 도움이 되는 자료를 구하는 방법은 주로 영문으로 검색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내용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만약 한글로도 쉽게 검색을 할 수 있다면 R을 처음 배우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포스트를 작성하게 된 동기입니다. 저 역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함께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진행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내용은 초보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초보적인 내용이 누군가에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큰 도움이 아니라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수고스럽게 포스트를 작성하는 보람이 되리라 믿습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제가 잘 몰라서 잘못된 내용을 작성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혹시 이런 부분을 발견한다면 주저없이 댓글을 통해서 알려주시면 알아보고 수정하겠습니다. 물론 꼭 잘못된 내용이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이나 팁에 대한 조언 역시 모두 환영합니다. 댓글 통한 질문도 받겠습니다. (물론 아는 범위 안에서만 대답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트부터 시작합니다. 


 (아마도 주당 1-2회 정도 포스트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저자의 사정에 따라서는 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포스트에 있는 모든 코드와 데이터는 자유롭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