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ails of a silicified fern fossil. Credit: Geoff Thompson/Queensland Museum)
서기 79년 화산 폭발로 순식간에 매몰된 로마 시대 도시 폼페이는 당시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타임 캡슐로 역사적 가치가 높습니다. 당시에는 큰 비극이었지만, 현재는 우리에게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자연의 역사에서도 일어납니다. 갑자기 덮친 화산재나 산사태로 인해 일부 생물의 유해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한 번에 보존되어 과학자들에게 당시 생태계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경우 입니다.
최근 과학자들은 호주 퀸즐랜드 중부의 카펠라 (Capella, in central Queensland)에서 식물판 폼페이라고 불러도 좋은 화석군을 찾아냈습니다.
호주는 현재 화산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대륙이지만 2000-4000만 년 전 신생대 중기 에오세에서 마이오세 사이에는 동부를 중심으로 화산 활동이 활발했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화산 분출로 인해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이 뿌리와 줄기, 잎, 열매까지 한꺼번에 매몰되어 완전히 보존되면서 식물판 폼페이가 생겨났습니다.
이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당시 식물 생태계를 높은 수준으로 복원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화석들은 실리크리트 silcrete라는 화산 관련 광물로 교체되어 매우 미세한 부분까지 잘 보존되었습니다. 이 시기 오스트레일리아는 다른 대륙과 분리되어 독자적인 식물 진화를 이룩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을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한 것입니다.
당시 식물에게는 재앙적인 화산 분출이었지만, 덕분에 이들의 모습을 영구적으로 보존해 과학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식물판 폼페이라는 별명이 적절해 보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2-botanical-pompeii-spectacular-australian-fossils.html
Andrew C. Rozefelds et al, Born of fire, borne by water—Review of paleo-environmental conditions, floristic assemblages and modes of preservation as evidence of distinct silicification pathways for silcrete floras in Australia, Gondwana Research (2024). DOI: 10.1016/j.gr.2024.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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