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lulose degrading gut bacteria of hominids across evolutionary time. Previously unknown human gut cellulolytic ruminococcal species are highly prevalent in nonhuman primates, the great apes, ancient human populations, hunter–gatherer communities, and in rural populations but are rare in urbanized human populations. Illustration: Daphne Perlman. Credit: Science (2024). DOI: 10.1126/science.adj9223)
동물 진화에서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초식 동물은 많은데, 셀룰라아제를 분비해 셀룰로오스를 직접 분해하는 초식동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작은 흰개미부터 거대한 코끼리까지 모두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장내 미생물에 의존해 식물을 소화합니다.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은 의외로 흔해서 사실 사람 장에도 존재합니다. 다만 인간이 주로 영양분을 얻는 경로가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숫자와 종류가 적을 뿐입니다. 따라서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의 사람 장에서 처음 확인된 것도 상당히 최근인 2003년이었습니다.
사실 오래 전 식이 섬유가 많고 별로 가공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던 선사시대 원시인이나 현재의 원시부족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셀룰로오스 분해 미생물을 지니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의 조상은 이보다 더 많은 장내 미생물에 있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네게브 벤 구리온 대학 (National Institute of Biotechnology in the Negev, Ben-Gurion University of the Negev)의 사라 모라이스 (Sarah Moraïs)가 이끄는 국제 과학자팀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현대인, 그리고 원시부족, 1000년 전 사람의 유해에서 남은 장내 미생물, 반추동물, 유인원 등의 장내 미생물의 게놈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현대인으로 올수록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의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인원에서는 장내 미생물의 30-40%였다면 1000년 사람이나 현대의 수렵채집 생활은 하는 원시 부족에서는 20% 정도로 줄어들고 현대인에서는 더 극적으로 줄어들어 5%에 지나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급격한 감소는 현대인으로 올수록 가공되지 않은 음식보다 가공된 음식을 먹는 경우가 늘어나고 식이 섬유 섭취량이 줄어든 것이 이유일 것입니다. 소화되기 쉬운 고도 가공 식품에 노출된 현대인의 장에는 과거 선사시대 인류와는 다른 형태의 장내 미생물이 다수 존재하는 셈입니다. 원시인 식단 같은 극단적인 형태는 아니더라도 식이 섬유 섭취를 늘려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3-team-bacteria-species-human-gut.html
Sarah Moraïs et al, Cryptic diversity of cellulose-degrading gut bacteria in industrialized humans, Science (2024). DOI: 10.1126/science.adj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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