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close-up picture of the fossilized termites shows the parallel positioning of the two individuals encased in the amber. The larger female (left) is still touching the smaller male (right). Credit: Aleš Buček (OIST/The Czech Academy of Sciences))
(This pair of E. affinis termites was trapped in tree resin almost 40 million years ago and preserved until today in a Baltic amber fossil. Credit: Aleš Buček (OIST/The Czech Academy of Sciences))
(With the resin flowing slowly down the tree, the termites get trapped on the sticky surface and might eventually turn into an amber fossil. Credit: Anna Prokhorova (OIST/ The Czech Academy of Sciences))
화석은 과거 생물의 모습을 과학자들에게 알려주는 귀중한 존재이지만, 행동까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우 드물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생생하게 보존되는 화석도 존재합니다. 체코 과학원의 알레스 부섹 박사(Dr. Ales Bucek, Laboratory of insect symbiosis at the Czech Academy of Sciences)는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흰개미 화석 가운데 독특한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호박 속에 흰개미 화석은 의외로 흔해서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살 수 있는데, 부섹 박사는 그 가운데 특이한 화석 하나를 발견하고 바로 주문했습니다. 이 흰개미 화석은 대략 3800-4000만년 전의 것으로 그 안에는 흰개미 한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가 있었습니다.
오키나와 과학기술 대학원 (Okinaw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OIST)의 연구팀은 이 화석을 마이크로 CT로 촬영해 정확한 종과 성별을 알아냈습니다. 이 흰개미는 Electrotermes affinis라는 종으로 각각 암수 한 마리가 함께 있었습니다. 암수가 함께라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치입니다. 연구팀은 이 흰개미의 자세가 둥지를 찾고 짝짓기를 하기 위해 암수가 일렬로 잡고 이동하는 모습과 닮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현재의 흰개미 암수는 본격적인 짝짓기에 앞서 이런 의식을 통해 같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짝짓기를 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합니다. 아마 3800만년 전에도 이 커플들도 같은 의식을 행하는 중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무에 수액에 갇히면서 위치가 다소 이동했고 현재의 모습으로 굳어 화석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죽음의 순간에도 서로를 놓지 않은 애틋한 사랑 같지만, 사실 흰개미들은 천적이 나타나면 일렬로 달리기를 중단하고 일단 도망칩니다. 이 화석의 주인공은 미처 그럴 틈이 없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다 수액에 갇히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흰개미의 구애 행동이 3800만년 전에도 별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곤충판 불멸의 연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화석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3-frozen-behaviors-amber-fossils-reconstruct.html
Nobuaki Mizumoto et al, Extinct and extant termites reveal the fidelity of behavior fossilization in amber,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4). DOI: 10.1073/pnas.230892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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