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에볼라 백신 (rVSV-ZEBOV)의 항체 반응은 장기간 유지



 (A team member from the Democratic Republic of Congo’s National Institute of Biomedical Research takes a blood sample from a vaccinated man in North Kivu Province. Credit: Kamy Musene, UCLA–DRC Research Program / INRB)



 코로나 19 때문에 최근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있긴 하지만, 에볼라 역시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 질병 중 하나입니다. 2014년 유행 당시 치명률이 절반 이상이라는 사실 때문에 전 세계적인 우려를 낳기는 했으나 오히려 무증상 감염이 별로 없고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때문에 무증상 환자가 전파할 가능성이 낮고 코로나 19처럼 호흡기 비말을 통한 감염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다행히 아프리카 밖에서는 크게 유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에볼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캐나다 국립 미생물학 연구소 National Microbiology Laboratory (NML)의 과학자들은 rVSV-ZEBOV (Recombinant vesicular stomatitis virus–Zaire Ebola virus, 상품명 Ervebo)라는 에볼라 백신을 개발해 Newlink Genetics사에 라이선스를 줬고 이후 이 회사가 머크와 함께 상용화해 르완다, 콩고 등 일부 국가에서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731557862



 그런데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의 효과를 판정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항상 유행하는 질병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유행한 후 사라지는 데다 유행 지역 자체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환자를 추적하기 매우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에 따라 에볼라 백신에 대한 효과 판정은 2018-2019년 사이 국지적으로 유행한 지역에서 9만명 정도를 대상으로 한 접종자 데이터 사후 분석으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백신 접종자 가운데 71명 정도가 에볼라에 감염되었는데, 사실 이 중 56명은 접종 후 면역이 생성되기 전인 10일 이내 감염자였습니다. 백신 접종 후 10일이 지났는데도 감염된 15명은 모두 생존했는데, 사망률이 50% 이상인 치명적인 바이러스임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결과입니다. 접종을 하지 않은 일반 인구 집단과 비교하면 백신의 보호 효과는 97.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이 백신은 미국과 유럽 연합에서 승인 받아 유행 국가에서 접종되고 있습니다. 1회 접종 스케줄입니다. 


 

 다만 이 백신의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에볼라 자체가 항상 유행하는 질병이 아니라 효과를 판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행한 일이지만, 백신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항체 역가 유지 정도라도 파악해야만 합니다. 



 UCLA와 콩고 민주 공화국 국립 생의학 연구소 (Democratic Republic of Congo's National Institute of Biomedical Research)의 과학자들은 600여명의 백신 접종자에서 접종 후 21일, 6개월 후 혈액 샘플을 채취해 항체 반응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21일 후에는 87.2%였던 항체 반응률이 6개월 후에는 95.6%으로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항체 효과가 6개월 이후에는 하락하는 코로나 19와 달리 에볼라는 장기 면역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사실 이는 에볼라에 한 번 감염된 사람이 상당히 오래 면역을 지닌다는 사실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 결과이나 실제 연구 결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다만 백신의 보호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는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아무튼 대중에 관심에서 멀어지는 동안에도 과학자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왔고 덕분에 에볼라 백신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다른 질병에서도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나기를 희망합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2-02-ebola-vaccine-congo-antibody-response.html


https://en.wikipedia.org/wiki/RVSV-ZEBOV_vaccine


https://arstechnica.com/science/2019/04/ebola-vaccine-is-97-5-effective-early-outbreak-data-suggests/


Nicole A. Hoff et al, Immunogenicity of rVSVΔG-ZEBOV-GP Ebola vaccination in exposed and potentially exposed persons in the 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2). DOI: 10.1073/pnas.211889511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