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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독에 차세대 항암제의 후보가 있다?



 과학자들은 자연계의 다양한 동식물과 단세포 생물에서 유용한 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약물이 사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됐습니다. 어떤 생물이라도 우리에게 유용한 물질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특히 흥미로운 연구 대상은 바로 독입니다. 


 다른 생물을 죽이거나 혹은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 가운데는 독특한 생화학적 기전을 지닌 것이 많아 약물로 개발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과 QIMR Berghofer의 연구팀은 피부에 생기는 악성 종양 가운데 하나인 흑색종 (melanoma)에 거미의 독이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선행 연구에서 다른 과학자 팀은 브라질 거미의 일종인 Acanthoscurria gomesiana의 독에 있는 펩타이드인 Gomesin이 흑색종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연구팀은 비슷한 펩타이드 독을 지니고 있지만, 호주 고유종인 호주 깔대기 그물 거미 (Australian funnel-web spiders)의 독이 유망한 항암제의 후보가 될 수 있을지 연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참고로 하나의 종이 아니라 35종으로 구성된 하나의 거미 과로 1-5cm 정도 크기에 비교적 크고 징그러운 관계로 사진은 안올림) 


 실험실 환경에서 호주 깔대기 거미의 독에 있는 펩타이드는 효과적으로 흑색종 세포를 파괴한 반면 정상 피부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지만 더 재미있는 결과는 멸종 위기 유대류인 태즈메니아 데빌의 악성 종양에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태즈메니안 데빌은 얼굴에 주로 발생하는 매우 특이한 전이성 악성 종양인 Tasmanian devil facial tumour disease (DFTD)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펩타이드 두 종류가 DFTD 세포를 죽이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어쩌면 이 펩타이드는 사람 뿐 아니라 태즈메니안 데빌을 구하는데도 유용하게 쓰일지 모릅니다. 


 물론 현재까지는 기초 연구이고 실제로 이 펩타이드계 물질이 임상에서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서는 실험실이 아니라 실제 환자에서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파괴하고 사람에게는 큰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매우 극소수의 물질만이 새로운 항암제로 개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가 많을수록 가능성이 커지는 것 역시 분명합니다. 새로운 항암제를 찾기 위해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동식물을 찾는 노력도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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