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쥐와 고양이의 전쟁 - 결국 쥐가 이겼다?



(Credit: CC0 Public Domain)


 쥐(rat)와 고양이는 먹고 먹히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다른 먹고 먹히는 관계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싸움 역시 한 쪽이 멸종되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전쟁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도시에서는 쥐가 이기는 전쟁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포드햄 대학의 마이클 파슨스 박사(Dr. Michael H. Parsons, a visiting scholar at Fordham University)를 포함한 호주와 미국의 과학자들은 쥐에 부착한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고양이는 야생 상태나 사육 상태 모두 쥐만 사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작은 동물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사냥합니다. 따라서 쥐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고양이를 사육하거나 방사할 경우 오히려 보호 대상린 조류나 다른 야생동물에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연구팀은 도시에 서식하는 쥐가 얼마나 흔하게 고양이에 사냥당하는지 조사하기 위해 뉴욕 재활용 센터에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미 이곳에서 100마리 이상의 쥐가 있는 군집을 연구했습니다. 


 이 재활용 센터에서 79일에 걸쳐 306개의 비디오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쥐 군락 근처에는 평균 3미리의 고양이가 있었지만 쥐를 공격한 경우는 20회에 불과했으며 실제로 죽이려고 한 경우는 3회, 사냥에 성공해 쥐를 잡은 것은 2회에 불과했습니다. 이 정도는 쥐의 번식력을 생각하면 개체수에 아무 영향을 줄 수 없는 수준입니다. 우리의 편견과는 달리 고양이는 쥐를 적극적으로 사냥하지도 않았고 사냥에 성공하는 경우도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그런데도 사람들이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입니다. 고양이가 쥐를 적극적으로 사냥하지 않더라도 쥐에게 고양이는 호랑이나 사자 같은 무서운 포식자임에 분명합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있는 환경에서 쥐는 눈에 띄지 않게 굴속으로 숨는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고양이의 눈에 띄지 않고 살기 때문에 사람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운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의 개체수도 꾸준하게 유지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놀라운 이야기는 아닌게 사육 상태에서 사료를 부족하지 않게 먹는 집고양이는 말할 것도 없고 길고양이 역시 도시 안에서는 먹을 게 그렇게 부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와 종종 사람이 가져다주는 사료처럼 더 손쉬운 먹이가 있는데, 굳이 힘들게 쥐를 사냥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더구나 좁은 굴속에 숨어 있는 쥐는 고양이도 사냥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엉뚱하지만 톰과 제리가 생각나는 연구이기도 합니다. 사실 고양이 톰은 먹을게 풍족한 꽤 문화적인 삶 (?)을 누리고 있는데 굳이 쥐 한마리를 잡기 위해 그렇게 고통받아야 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번 연구는 쥐 개체수 조절을 위해 고양이를 사용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덧; 몇 일 전 쓴 포스트인데, 다른 포스트가 누적되어 지금 나오는 사이 이미 기사로 나와서 접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늦은 건 그것 때문이구요. 그런데 포스트 쓰고 보니 생각나는 영상 있어서 공유합니다. 




 개를 이용해서 쥐를 잡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떻게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됐는데 이렇게 보니 쉽게 이해가 되네요. 쥐잡을 용도라면 개가 더 좋은 동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단 농촌에서만 활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죠)


 참고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DOI: 10.3389/fevo.2018.00146 ,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evo.2018.00146/full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