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MIPS의 신형 프로세서 I7200 공개








(출처: MIPS)


 MIPS는 프로세서 업계에서는 결코 낯선 이름이 아닙니다. 1980년대만 해도 MIPS는 강력한 프로세서로 이름을 떨쳤고 최소한 그 시점에서는 ARM보다 잘 나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프로세서 시장의 주류가 인텔의 x86이 되면서 ARM과 MIPS의 운명은 다소 갈리기 시작합니다. 


 ARM이 임베디드 시장과 모바일 시장의 주류가 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한 것과 달리 MIPS는 점차 입지가 좁아지면서 주인도 여러 차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회사 규모도 크게 축소되고 특허와 지분도 여기 저기 팔려나갔지만, 아직 MIPS란 회사는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MIPS I7200은 LTE 및 5G 모뎀에 들어가는 임베디드 프로세서를 노리고 등장한 32비트 CPU 디자인입니다. 흥미롭게도 한 개의 코어가 3개의 가상 프로세서 (Virtual processor)를 지원해 4코어 디자인에서 최대 12가상 프로세서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임베디드 프로세서는 크기를 줄이기 위해 멀티쓰레드 지원 기능이 강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예외적인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MIPS는 전통적인 멀티쓰레드 기술인 SMT (Simultaneous Multithreading) 대신 VMT (Vertical Multi-Threading)라는 변종을 사용하는데, 동시에 복수의 쓰레드를 실제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위칭을 통해서 복수의 가상 프로세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멀티쓰레드 효율면에서 SMT 보다 더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 작은 임베디드 프로세서로써 가질 수 있는 대안일 것입니다. 


 사실 I7200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매우 작다는 점입니다. MIPS의 설명에 의하면 TSMC의 28nm 공정에서 32KB L1를 지닌 코어 한 개의 면적은 0.27mm²에 불과합니다. 이는 경쟁자인 ARM Cortex R8의 0.33mm² 대비 더 작은 크기입니다. 16FF+ 공정에서 예상 클럭은 2.1GHz로 코어 당 소비 전력은 150mW라고 합니다. 


 나름 저전력 고효율 초소형 프로세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지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I7200은 MIPS가 아직 건재함을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막강한 ARM과 x86의 틈바구니 속에서 MIPS가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