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ingle cable bacteria filament (about 1 cm long) stretches from sediment (far left) to oxygen (far right). Credit: Jesper Tataru Bjerg, Aarhus University)
앞서 소개드린 것처럼 박테리아 가운데는 전기를 통하는 전도성 박테리아가 존재합니다. 이런 전도성 박테리아 가운데서 케이블 박테리아 (cable bacteria)는 이름처럼 박테리아들이 케이블 형태의 필라멘트를 구성하는데, 더 놀라운 일은 이들이 전도성 박테리아로 살아있는 전선이 된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세포는 지름 0.4—1.7 µm, 길이 3µm 정도지만 이들이 모이면 3cm에 달하는 전도성 필라멘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진)
이런 독특한 살아있는 전선 케이블을 만드는 이유는 이 박테리아의 대사 과정 때문입니다. 케이블 박테리아의 에너지원은 황화수소(H2S)로 물속 침전층에서 4H2O+H2S -> 10H+ + SO4-2 의 과정으로 산화를 시키면 남는 전자가 생깁니다. 이 전자를 H+ 이온과 산소와 반응시켜 소비하는 방식인데, 여러 개의 박테리아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운 것 같습니다.
(Diagram demonstrating cable bacteria metabolism in surface sediment. Hydrogen sulfide (H2S) is oxidized in the sulfidic sediment layer, and the resulting electrons (e−) are conducted up through the cable bacteria filament to the oxic layer and used to reduce molecular oxygen (O2). Ian PG Marshall CC BY-SA 4.0 )
네덜란드 오르후스 대학 (Aarhus University)의 연구팀은 이 전도성 케이블 박테리아의 전기 전도성을 조사했습니다. 이 박테리아가 케이블을 만드는 이유는 산소가 없지만 황화수소가 풍부한 층과 산소가 많지만 황화수소가 없는 침전층 사이에서 대사를 하면서 살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한쪽에서 식사를 하고 한쪽에서는 숨을 쉬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박테리아가 아무리 잘 붙어있다고 해도 세포를 건널 때 마다 전자를 조금씩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전위차가 너무 작아지면 결국 전류가 흐르지 않아 이 과정이 중단될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추적해 이 살아있는 전선의 길이가 어디까지 길어질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하나의 박테리아를 지날 때 마다 전압 손실(voltage loss)이 12-14mV 정도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를 근거로 오르후스 대학의 안드레아스 쉬람 교수 (Professor Andreas Schramm from the Center for Electromicrobiology (CEM) at Aarhus University)는 필라멘트의 길이가 3cm이 넘으면 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They'll be in trouble if they stretch further than three centimeters downward into the sediment) 물론 자연계에서 이들이 3cm을 넘는 필라멘트를 만드는 일도 있긴 하지만 이는 구불구불한 필라멘트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일반적으로는 수cm 이내의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도성 박테리아의 존재는 그 자체로 매우 신기하지만, 이들의 대사 과정은 더 신기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박테리아가 같이 협업하는 일이 가능한데도 왜 이들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도 같이 남는 것 같습니다.
참고
Jesper T. Bjerg el al., "Long-distance electron transport in individual, living cable bacteria," PNAS(2018). www.pnas.org/cgi/doi/10.1073/pnas.180036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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