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원자로의 대안일까 바다위의 체르노빌일까? 러시아의 부유식 원자로 Akademik Lomonosov










(Credit: Rosatom/Nicolai Gontar / Greenpeace)


 러시아에서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 Akademik Lomonosov가 첫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그 생김새는 최신 원자력 발전소라기 보다 마치 냉전 시대의 건축물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이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르만스크까지 첫 항해에 나섰으며 2019년부터 상업 발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사실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 자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미 해군의 핵 추진 항모와 잠수함들이 사실상의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업 발전용 원자로를 바다 위에 띄우려는 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도 과거 STURGIS라는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를 잠시 운용한 적이 있었고 비슷한 제안이 여러 차례 존재했습니다.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문제시 인구 밀집지역에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사고 위험성 때문에 반대가 심하고 원자력 자체가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입하려는 국가 자체가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 러시아만 빼고 말이죠. 러시아 정부는 과거 1980-1990년 대 핵추진 쇄빙선을 위해 개발한 KLT-40S 원자로 두 개를 사용한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북극권에 위치한 도시인 페베크(Pevek)와 주변 지역 전력 공급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페베크는 구소련 시절 굴락 (Gulag)이 있었던 적도 있는 오지로 광산 및 북극 항로 개발을 위해 건설되었으나 현재는 러시아의 다른 오지 도시처럼 기반 시설이 노후화되고 인구가 크게 줄어들면서 쇠퇴하는 도시입니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의 결정은 이 지역을 회생시키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지만, 뭔가 외형부터 소비에트 시절로 다시 가는 듯한 모습입니다. 참고로 발전 설비 용량은 70MW로 10만명의 인구를 지탱할 수 있다고 하는데, 페베크 인구가 5000명 이하로 줄었기 때문에 발전 용량이 모자라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방 및 환경 단체에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 부유식 원자로를 바라보는 이유는 역시 안전 문제 때문일 것입니다. 잘못하면 북극해의 광범위한 지역이 방사능으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소련 시절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비롯 K-19 사고처럼 대형 원자력 사고가 드물지 않았던 전력 때문에 안전하다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인 로사톰(Rosatom)의 설명에 모든 사람이 신뢰를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라고 해서 얼음 위의 체르노빌 (Chernobyl on ice) 혹은 핵추진 타이타닉 (Nuclear Titanic)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 부유식 원자로가 사고가 나길 바라고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체르노빌을 무대로 한 게임 처럼 뭔가 게임에 나올 법한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재난 영화나 게임의 소재가 되는 일은 절대 없기를 바래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