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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신생아들을 구할 간이 황달 측정기 BiliSpec



(BiliSpec is a low-cost, battery-powered reader designed to diagnose jaundice by immediately quantifying serum bilirubin levels from a small drop of whole blood. Credit: Jeff Fitlow/Rice University)


 신생아에서 발생하는 생리적 황달은 대개 큰 문제없이 저절로 해결되지만, 일부에서는 중증으로 발전해 핵황달이라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는 간접 빌리루빈이 뇌 안으로 침투해 영구적인 뇌손상을 일으키는 질병입니다. 다행히 이 문제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쉽게 예방할 수 있지만,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질환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잘 못먹는 신생아들이 핵황달에 걸리 가능성이 높지만, 제대로 된 치료는 커녕 진단 방법도 없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라이드 대학의 연구팀이 개발한 빌리스펙 BiliSpec은 혈당 측정기처럼 혈액 한방울로 빌리루빈 수치를 쉽게 검사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각각의 검사 비용은 5센트 정도에 불과하며 시간도 2분 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병원에 갈 형편이 못되는 저개발국의 신생아 황달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그외에도 황달의 신속 진단 키트로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6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빌리스펙이 신뢰성 있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PNAS에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빌리스펙은 NEST (Newborn Essential Solutions and Technologies) 프로젝트의 17개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아프리카 병원에 보급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빌리스펙이 저렴하고 신뢰성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면 아프리카에서만 유용한 진단 도구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도(bile duct)에 암이 침범하거나 혹은 돌로 막히는 환자의 경우 담즙이 잘 빠지지 않으면 빌리루빈 수치가 증가하는데, 이 경우 환자가 집에서도 쉽게 진단해서 지나치게 황달이 심해지기 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황달이 좋아지는지 보기 위해 더 오래 입원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진단 기기가 발전해서 피 몇 방울로도 기본 화학 검사가 가능해진다면 여러 모로 유용한 기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Pelham A. Keahey el al., "Point-of-care device to diagnose and monitor neonatal jaundice in low-resource settings," PNAS (2017). www.pnas.org/cgi/doi/10.1073/pnas.17140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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