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609 - 외계인에게 메세지 남기기



 외계인 찾기는 사실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분야로 여겨집니다. 물론 과학자들은 단순한 미생물을 포함해서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고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진보된 기술을 가진 외계인이 존재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일이죠. 증명하기 힘든 일을 오랜 세월 연구한다는 것은 과학자들에게 매우 곤혹스런 일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SETI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과학자들이 외계인으로 신호로 의심될만한 신호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론적으로 믿을 만한 신호를 검출하는데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과연 우리가 신호를 외계인에게 보내기 위해서 노력했는지 질문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지구에서 통신에 사용되는 주파수나 TV 및 라디오 방송에 사용되는 전파는 출력이 약해서 사실 태양계 저편에서도 수신하기가 어렵습니다. 앞서 나사의 딥 스페이스 네트워크에서 설명했듯이 거대한 안테나를 이용해서 한 방향으로 강력한 전파를 보낸다고 해도 거리에 따라 전파가 크게 퍼지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의도적으로 신호를 보낸다고 해도 사실 외계 행성에 있는 과학자가 이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용한 전파를 저 멀리 우주에서 우연히 검출하는 일은 더 어렵다는 이야기죠. 


 이런 이유에서 지금까지 주변 별을 향해 다양한 전파 메세지가 방출되었습니다. SETI는 이 작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METI (Messaging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 라는 별도의 기구를 설립했습니다. 연간 100만 달러 정도의 예산을 들여 저 멀리 다른 행성에 Hello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저널 Nature Physics에는 이 방법의 타당성과 위험성을 분석한 논문이 실렸습니다. 일단 우리가 보내는 신호 시스템 - 주로 0/1 을 이용하는 이진법 - 을 과연 외계인이 이해할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이것이 위험하지 않을지에 대한 논쟁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격적인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사실 그 정도 문명이 발달한 외계인이 굳이 지구를 정복할 이유가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긴 하지만, 우리가 외계 문명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보니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겠죠. 


 다만 METI가 본격화되더라도 역시 외계인이 수신할 수 있을 정도의 신호를 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 제안되었던 100억W 급 SETI 비콘처럼 강력한 수신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수십에서 수백 광년 떨어진 별에서는 반딧불 에너지만도 못한 약한 신호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외계인을 직접 우리가 만나기 전까진 이런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 


Mark Buchanan. Searching for trouble?, Nature Physics (2016). DOI: 10.1038/nphys3852
Douglas A. Vakoch. In defence of METI, Nature Physics (2016). DOI: 10.1038/nphys389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