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domain image Source :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믿음 중 하나는 비타민 C 가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리 결론 부터 말하면 감기나 독감 (인플루엔자) 를 치료하거나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비타민 C 를 처방하는 것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실제로 처방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본 감기 환자가 상당히 많았지만 한번도 이를 치료하기 위해 비타민 C 를 처방한 일이 없고 주변에서 다른 선생님들이 감기를 치료할 목적으로 이를 처방하는 경우도 본적이 없습니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특수한 경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곤 하나 일반적인 감기에서 확립된 치료로써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의외로 비타민 C 가 감기나 혹은 독감의 증상이나 기간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사실 비타민 C 는 매우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그 독성에 대한 연구도 비교적 많이 진행된 물질이라 만약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다면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비타민 C 가 정말 감기나 독감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단순히 도시 전설이 아니라 실제 과학 영역에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일단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간단히 비타민 C 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비타민 C 는 아스코르빈산 (Ascorbic acid) 이라고 불리는데 (정확히는 L - Ascorbic acid) 여기에는 괴혈병 (scurvy : scorbutus) 이 생기지 않는다는 A- (no -) 라는 접미사가 붙어 Ascorbic acid 라는 단어가 탄생했습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사실 이 물질은 괴혈병과 아주 관련이 깊은 화합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괴혈병은 역사적으로 장기간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지 못한 원양 선원들에서 자주 발생했으며 레몬 주스 등으로 치료와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뭔가 이에 관계된 물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인 실체가 밝혀진 것은 물론 20 세기 와서였습니다.
아마 여기서 바타민 C 의 화학적 성질과 인체에서의 기능을 설명하려고 든다면 꽤 오래 연재를 해야 할 듯 하니 자세한 설명은 넘어가겠지만 아무튼 비타민 C 는 인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화학물질입니다. C6H8O6 라는 언뜻 보기에 매우 평범한 화학식을 가진 물질로 결정형일때 백색이나 약간 노란색을 띄는 이 물질은 콜라겐이나 카르니틴 (Carnitine ) 의 생성, 타이로신 (tyrosine) 합성 등 여러 물질의 생성과 대사는 물론 철분 흡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타민 C는 생합성 (biosynthesis) 과정에서 비타민 C는 환원제 (reducing agent) 로 작용하거나 전자 공여체 (electron donor) 로 작용하거나 혹은 다른 원자 (예를 들어 산소나 구리) 가 산화되는 것을 막고 환원된 상태로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의 살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콜라겐을 합성할 때 비타민 C 가 중요한 전자 공여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구성 성분과 효소가 존재해도 비타민 C 가 부족하면 상처가 잘 아물지 않게 됩니다.
또 비타민 C 는 항산화 (Antioxidant) 효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우리 몸에 산화적 스트레스 (oxidative stress - 항산화제보다 자유 라디컬이 더 많은 상태) 를 주는 심한 화상이나 중상, 만성 염증성 질환, 심혈관 질환에서는 비타민 C 의 혈중 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 소모성 질환에서 비타민 C 의 필요량은 늘어나게 됩니다.
(비타민 C/아스코르빈산 화학 구조. 위는 환원된 형태 (reduced form) 으로 일반적인 비타민 C 이며 아래는 산화된 상태인 dehydroascorbic acid 임. public domain image)
아무튼 비타민 C 가 이렇게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다 아주 쉽게 정제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지 연구가 집중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또 최소 섭취량과 안전한 용량이 잘 알려져 있어 더 안전하게 쓸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비타민 C 의 하루 권장량을 성인 남성에서 90 mg, 성인 여성에서 75mg 으로 정하고 있으며 최대 섭취량은 2000 mg/day 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나라마다 약간 차이가 있는데 사실 괴혈병을 예방하기 위한 수준은 이보다 낮아서 나라에 따라서 하루 40 - 45 mg 정도를 권장량으로 제시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대개 음주나 흡연을 하는 경우, 임산부, 힘든 일을 하는 경우에는 필요량이 더 늘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과연 이것이 감기나 혹은 인플루엔자 (독감) 의 기간이나 증상을 경감시키거나 혹은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 앞서 이야기 했듯이 사실 일반적인 감기와 독감의 치료로 비타민 C 가 현재 권장되지 않는다가 정답입니다. 사실 1970 년대 이후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2009 년 Kathryn A. Heimer 등이 보고한 바에 의하면 지난 30 여년간의 문헌을 검색한 결과 비타민 C 가 일반 성인인구에서 감기의 예방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단 일부 연구에서는 감기의 심한 정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나 대신 기간은 줄여줄 수도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1)
또 일부 연구들은 매우 혹독한 환경 - 예를 들어 아주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트레이닝 중인 운동 선수, 군인 등 - 에서 고용량의 비타민 C 가 감기의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혹은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런 환경 자체는 사실 비타민 C 의 필요량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는 환경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아직 비타민 C 를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사용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다고 말하긴 힘들 듯 합니다.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2,3)
일반적인 성인이 어느 정도 극단적인 편식을 하지 않는 이상은 비타민 C 가 심각하게 부족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왜냐하면 이 물질이 생명체에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생물에도 흔하고 따라서 음식물에 아주 흔하게 들어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이 물질을 그냥 몸에서 합성하기 보다는 음식에서 섭취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은 타당합니다. (사실 인간 뿐 아니라 유연 관계에 있는 영장류에서 흔히 비타민 C 합성 능력이 결여되어 있음) 괴혈병이 과거 극단적으로 과일과 야채를 섭취할 수 없던 원양 선박에서 생긴 것은 그 예외에 속합니다.
대개 음식으로 섭취하는 정도의 비타민 C 는 사실 꼭 필요하기도 하고 이것이 풍부한 채소 및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은 다른 비타민과 미네랄, 섬유질 섭취에 이롭기 때문에 평소에도 권장할 만한 식습관입니다. 그리고 대개 이 정도로 섭취하는 비타민은 위험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은 이것 외에 상당히 고용량의 비타민 C 를 약이나 혹은 주사제로 투여하는 방법입니다. 대개 효과가 있다는 보고라도 소량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하루 2 g 까지 (혹은 그 이상) 고용량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비타민 C 는 일반적인 용량을 섭취할 때는 대부분 흡수되지만 고용량을 섭취할 때는 일부만 흡수되는 등 경구 투여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있고, 일시적이라면 필요량보다 훨씬 많은 고용량에서도 심한 부작용을 만들지는 않지만 장기간 고용량을 사용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부작용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치료 및 예방의 증거를 비교해 본다면 왜 비타민 C 가 감기나 인플루엔자의 예방 및 치료에 사용되지 않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부 효과가 있다는 연구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결론이 나온 연구도 많아서 치료 목적으로 쓰기에는 아직 충분한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3,4) 물론 위에서 언급한데로 이것과는 무관하게 비타민 C 는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고 결핍 시 위험하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다른 미네랄, 비타민 등과 같이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즉 각종 채소 및 과일을 충분히 섭취. 저는 위에 사진처럼 귤을 선호합니다.)
만약에 이런 영양소가 부족하면 당연히 병적인 상태가 되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균형잡힌 식사는 권장되는 것이며 건강한 식생활로 평소에 건강이 유지된다면 감기는 물론 다른 질병에 대한 기본적인 면역이 유지된다고 할 것입니다. 본문에서 언급한 것은 이것 이외에 감기를 치료 혹은 예방할 목적으로 추가적인 비타민 C 를 경구나 주사제로 투여하는 것은 아직까지 일관된 결론이 나오지 않았고 과학적 증거가 부족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입니다.
(덧. FDA 에서는 비타민 C 가 포함된 약제에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다는 내용을 포함해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되었듯이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비타민 C 가 포함된 처방전외약 (OTC) 에 이런 내용을 포함해서 경고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http://www.fda.gov/NewsEvents/Newsroom/PressAnnouncements/ucm188543.htm )
참고
(1) Heimer, K. A.; Hart, A. M.; Martin, L. G.; Rubio-Wallace, S. (2009). "Examining the evidence for the use of vitamin C in the prophylaxis and treatment of the common cold".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Nurse Practitioners 21 (5): 295.doi:10.1111/j.1745-7599.2009.00409.x. PMID 19432914
(2) Gorton, HC; Jarvis, K (Oct 1999). "The effectiveness of vitamin C in preventing and relieving the symptoms of virus-induced respiratory infections.". Journal of manipulative and physiological therapeutics 22 (8): 530–3. doi:10.1016/S0161-4754(99)70005-9.PMID 10543583
(3) Douglas, R.; Hemilä, H.; Chalker, E.; Treacy, B. (2007). Hemilä, Harri. ed. "Vitamin C for preventing and treating the common cold".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3): CD000980. doi:10.1002/14651858.CD000980.pub3. PMID 17636648
(4) Dykes, MH; Meier, P (1975-03-10). "Ascorbic acid and the common cold. Evaluation of its efficacy and toxicity". JAMA: 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231 (10): 1073–9. doi:10.1001/jama.231.10.1073. PMID 1089817. Retrieved 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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