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아청법으로 국내외 만화 검열 시작 ?




 사실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아청법) 이 법의 본래 취지대로 아동과 미성년자를 성범죄로 부터 보호하고 이를 위반한 성범죄자를 처벌하는 목적에 합당하게 운용된다면 이렇게 여러차례 블로그에서 다룰만한 법률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점점 온라인 상에서 진실과 괴담이 섞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검열 논란까지 있어 다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전 포스트 보기 http://blog.naver.com/jjy0501/100168964505  ) 


 이야기 하고자 하는 핵심은 1997 년에 있던 청소년 보호법 (이하 청보법) 사태를 다시 기억나게 만드는 만화 검열 논란입니다. 사건의 근원은 네이트에서 갑자기 일반 만화 서비스 중지 작품 안내라는 공지가 뜨면서 부터입니다. 


  


 지금 현재는 아청법 개정 때문이라는 내용은 빠지고 해당 만화가 제공사의 요청으로 인해서 서비스가 중단되었다고 공지가 변경된 상태입니다. 이런 식으로 적지 않은 19 금 성인 만화들이 갑자기 서비스가 중단 된 것은 사실 아청법 때문이라면 법적으로는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즉 간행물 윤리 위원회의 심의를 이미 받아서 19 세 이상 관람가로 승인을 받은 작품이라고 해도 아동 및  청소년이 나오는 경우 (예를 들어 교복 착용등 미성년자로 인식 가능한 경우) 아청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만화가 19 세 관람가로 나오면 지금까지 청보법 위반은 아니었는데 이제부터는 아청법 위반이 가능해진 것이죠. 이전에 몇차례 언급했듯이 현행 아청법 개정안이 올해 3 월부터 시행되면서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이 아니라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그 내용이 바뀌면서 적용  대상이 매우 광범위 해졌습니다. 




 어떤 것이 아동 청소년 음란물인지에 대해서 이 법의 제 2조 4에 명시가 되어 있는데 문제는 구체적인 성행위가 있는 경우는 뭐 논란의 여지가 없겠지만 다 항의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 라는 항목 덕분에 구체적인 성행위나 유사 성행위 없이도 음란물로 규정이 가능합니다. 


 이런 이상한 법이 된 이유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온갖 법안을 집어넣다고 보니 그렇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해석하기에 따라 대상이 아주 광범위해 질 수 있는 법이 탄생한 것이죠. 여기에 이를 실제로 적용해서 범죄자를 단속하고 기소해야 할 경찰 검찰도 '이게 성범죄 예방 및 아동 성보호 ?' 라는 의문이 드는 음란물 단속에 집중하면서 손쉽게 실적을 올리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확대 적용하면 세간에서 말하듯이 짱구는 못말려도 단속이 가능합니다. 일단 아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 나오고 구체적인 성행위는 없지만 보기에 따라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도 있는 노출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물론 아니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실제 아동이 나와서 성추행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도 아동 음란물로 규제하는 데는 법적으로 이제 문제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비난 여론이 비등할 테니 그렇게는 못하는 것 뿐이죠. 


 아무튼 이 법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문제는 제 2의 청보법 사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청보법이 1997 년 실행된 이후 일부 진짜 문제가 있는 만화들이 청소년 유해 매체로 지정되어 19 금 판정을 받았는데 사실 심사해야할 작품 수가 많다보니 매우 졸속으로 심사가 되서 '이게 왜 청소년 유해물 ?' 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만화들이 대거 지정되었고 그로 인해 서점에서도 어떤게 청소년 유해 매체인지 잘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어 (처음부터 19금 딱지를 받고 나온게 아니라 갑자기 지정되었기 때문에 대거 반품 조치) 아예 서점에서 만화가 자취를 감춘 역사가 있었습니다. 


 청보법 시행후 실제 청소년이 보호되었느냐고 하면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법 시행 후 국산 만화 매출은 1/5 까지 감소했고 한때 부흥하던 국산 만화가 철퇴를 맞고 웹툰으로 다시 부활하기 까지 10 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청법 때문이라면서 대거 19 금 판정 만화 (꼭 19 금 판정 받지 않아도 아청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화나 매체라면 사실 상관없습니다) 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 (위에 올린건 하루동안 내린 만화고 실제로 상당수 만화들이 갑자기 서비스가 중단됨. 아래 링크에서 확인) 사실 아청법은 청보법 보다 더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청보법에서는 그래도 19세 등급을 받으면 판매가 가능했고 이를 그리는 만화가나 혹은 유통하는 출판사, 서점도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처벌을 받는건 미성년자에게 이를 판매하는 경우였죠. 그리고 어떤게 19 세 등급인지 한국 간행물 윤리 위원회에서 심사를 해서 이건 아니고 이건 맞다 라고 해주기 때문에 적어도 혼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청법의 경우 어떤 것이 소위 아청물인지 아무도 모르고 (아직 판례가 별로 없음) 이를 심사하는 기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다 법률도 광범위하게 해석이 가능하므로 사실 문제가 될 것 같은 만화나 웹툰의 경우 서비스 하는 포털에서 빨리 삭제하거나 내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청법으로 기소되지 않으려면 말이죠. 몇푼 돈이 되지 않는 만화 서비스하다 아동 음란물 유통죄로 기소되면 황당하겠죠.


 아마도 이런 사전적 예방을 위해 네이트가 대거 만화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목록에 있는 만화들을 보면 다소 외설적인 표현으로 19세 등급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이게 아동 청소년 음란물 ?' 이란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작품도 있고 더 중요한 건 사실 성인등급도 아닌 만화까지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만약 실제로 이것이 아청법 위반이라면 과거 합법이던 시절 이것을 정당하게 구매한 개인들은 아청법 위반으로 기소될 위험이 있습니다. 누군가 마음에 안드는 사람 있으면 아청법 위반으로 기소하기 딱 좋은 상황이 된 것이죠. 물론 현재까지 그런 사례는 없지만 점점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니 그렇지 말란 법도 없어 보입니다.


 아청법이 이름처럼 아동과 청소년을 성범죄로 부터 예방하기 위해서 그 범위를 확실하게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저의 거듭된 주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진짜 아동을 이용한 아동 음란물이 존재하고 당연히 그것은 처벌해야 하는 범주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코 법의 목적이 음란물 단속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과연 음란물 단속이 성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까요 ? 저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실제 선진국들이 음란물에 대해서 관대해진 이유도 반대의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죠. 성에 대해서 개방적일 수록 성범죄율은 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아무튼 저의 기우이길 바라겠지만 이런식으로 사태가 계속 확산되는 경우 다시 국내 만화산업에 철퇴를 내리는 (사실 일본 만화야 한국이 중요한 시장도 아니고 큰 피해볼 일 자체가 없죠) 사태가 재연될까 두렵습니다. 그냥 단순한 기우로 끝나고 절대 그렇게 되지 않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청법 논란을 바라보면서 반드시 이 법은 다시 개정되서 본래의 목적인 아동과 청소년의 성보호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제가 내리는 결론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