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대멸종 이후 수만년간 새로운 종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데드 존 (Dead Zone) 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구 생물의 역사상 가장 재앙적인 대멸종이었던 페름기말 대멸종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대략 2억 5000 만년 전에 발생했는데 이 시기에는 더 오랜기간인 500 만년간 생물화석이 잘 발견되지 않는 기간이 존재합니다.
중국의 지구과학 대학 (Wuhan, China University of Geoscience) 및 리즈 대학 (University of Leeds), 독일의 에를랑겐 - 뉘른베르크 대학 (University of Erlangen - Nurnburg) 등의 국제 합동 연구팀은 중국 남부에서 발굴된 15000 개의 코노돈트 (conodonts - 멸종된 소형 어류의 일종) 의 화석을 분석해 당시의 기온을 추정했습니다.
코노돈트들은 골격을 형성할 때 산소를 사용하는데 이때 산소 동위원소의 비중을 알아내면 당시의 기온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산소 동위원소의 비중은 기온에 따라 변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당시의 적도 지방의 기온이 육지에서 섭씨 50 - 60 도, 그리고 해수면에서는 섭씨 40 도에 이르렀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기온이라면 사실상 대부분의 생명체가 살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당연히 거의 아무런 화석도 발견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연구자들은 당시 데드 존이 북위 30 도에서 남위 40 도에까지 펼쳐져 있었다고 추정했으며 실제 대륙이동을 고려할 때 당시 여기에 속했던 남중국이나 기타 다른 지역에서는 이 시기 (2억 5200 만년 - 2억 4700 만년 사이) 거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생물학적 연구로 재구성된 2억 5200 만년 - 2억 4700 만년 사이 데드 존 A paleogeographic reconstruction of the Early Triassic world (Smithian substage) around 252-247 million years ago, showing a ‘dead zone’ in the tropics. Marine reptiles (ichthyosaurs), terrestrial tetrapods and fish almost exclusively occurred in higher latitudes (>30 °N and >40 °S) with rare exceptions. (Credit: Yadong Sun, University of Leeds) )
데드 존은 현재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기후 조건을 가진 곳으로 여기에는 어떤 나무도 자랄수 없으며 일부 관목과 양치식물만이 적응해서 살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상 육지 동물은 거의 없었고 바다에서는 해수면 아래에서만 어류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환경이 조성된 이유에 대해서 대멸종 이전부터 올라간 이산화탄소가 대멸종 이후 식물에 의해 충분히 흡수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구가 매우 뜨거운 시기를 보냈으며 이후에도 데드 존이 넓게 펼쳐지면서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뜨거운 적도 및 일부 중위도 지대가 형성되어 탄소 순환 사이클이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사실 페름기말 대멸종은 과학계에서 매우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로 구체적으로 왜 이런 대멸종이 생겼는지 - 대멸종 자체를 의심하는 과학자는 없지만 -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Science 지에 실렸는데 대멸종 이후 극심한 지구적 온실 효과로 인해 트라이아이스기 초기에 생명체가 거의 살지 못하는 지대가 존재했다는 이전의 가설을 지지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연구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Yadong Sun, Michael M. Joachimski, Paul B. Wignall, Chunbo Yan, Yanlong Chen, Haishui Jiang, Lina Wang, and Xulong Lai. Lethally Hot Temperatures During the Early Triassic Greenhouse. Science, 2012; 338 (6105): 366-370 DOI: 10.1126/science.1224126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