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10월 23일 아이패드 4 세대와 아이패드 미니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날 발표와 더불어 최근의 타블렛 PC 시장의 흐름은 이제 2010 년 아이패드가 최초로 나온 이래로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제목에서처럼 타블렛 PC 시장은 이제부터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선 안드로이드 타블렛들이 변했습니다. 초기 안드로이드 타블렛은 아이패드 대항마로 나왔지만 그 용도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한동안 시장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그런 안드로이드 타블렛 시장에 변화를 몰고 온 것은 저가 안드로이드 타블렛인 킨들 파이어 였습니다. 킨들 파이어는 2012 년 다시 업그레이드되어 아마존의 컨텐츠를 판매하고 소비할 단말기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즉 타블렛만 파는 게 아니라 타블렛으로 이런 일을 할 수 있으니 구매해달라, 그리고 타블렛으로 우리 컨텐츠를 사달라는 전략입니다. 아마존의 이러한 전략은 사실 애플의 전략과 유사한데 애플 역시 자사의 타블렛을 통해 앱스토어, 아이튠즈, iBooks, 뉴스 가판대 등을 통해 자신의 컨텐츠를 판매하고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2012 년 하반기 구글이 넥서스 7 이라는 저가 타블렛을 들고 시장에 끼어 듭니다. 그리고 과거 타블렛 시장을 처음 개척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던 MS 도 서피스와 윈도우 8 을 들고 시장에 끼어 듭니다. 삼성 역시 자사의 독특한 노트 기능이 들어간 갤럭시 노트 10.1 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와 아애패드 4 세대를 내놓습니다. 위의 가격표는 애플이 저가, 소형 타블렛 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의미 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
제 생각에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제 타블렛 PC 시장에도 경쟁의 원리가 도입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초기 타블렛 PC 시장은 사실상 아이패드의 독무대였습니다. 2012 년 2분기에 타블렛 시장에서 아이패드는 무려 69.6% 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4785933 참고 ) 즉 2012 년 상반기까지 아이패드의 점유율은 경이적인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그냥 단순한 저가 안드로이드 타블렛이던 킨들 파이어에 대거 신제품을 추가하면서 경쟁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킨들 파이어 HD)
킨들 파이어 HD 8.9 는 Wi Fi 모델이 16 GB 에 299 달러에 불과하며 (AP OMAP 4470 - 듀얼 코어 A9 1.5 GHz + SGX 544 싱글) 32 GB 에 LTE 를 포함해도 가격이 499 달러 입니다. 더구나 LCD 는 1920 X 1200 해상도를 지원해서 사실 아이패드 미니 보다 해상도가 더 높고 AP 도 A5 에 비해 3D 성능만 빼고 떨어질게 없는 AP 입니다. 그리고 이보다 저렴한 7 인치의 킨틀 파이어 HD 도 같이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라인업과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성능 두가지를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아마존의 방대한 컨텐츠와 연동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여기에 구글의 넥서스 7 은 테그라 3 를 탑재하고 199/249 달러라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출시되어 안드로이드 저가 타블렛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편 MS 가 절치 부심 준비한 서피스 역시 다소 높은 가격에도 초기에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시장의 70% 를 이미 석권했으니 괜찮다고 믿었다면 지금 애플 경영진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당연히 이에 대응이 필요합니다. 애플이 소문으로만 나왔던 아이패드 미니를 지금 선보인 것은 물론 불과 7 개월만에 새로운 아이패드를 들고 나온 것은 아무래도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이제 타블렛 PC 시장에서 1세대 아이패드의 독주가 시작된 이래 진정한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애플 역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마음 놓을 수만은 없게되었기에 연말 성수를 앞두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에 구글 역시 넥서스 7 의 가격을 인하하고 새로운 32 GB 모델을 추가함과 동시에 삼성과 새로운 10 인치 타블렛을 내놓을 것이라는 루머가 있습니다.
결국 이를 통해 타블렛 PC 시장이 성숙하게 되면서 연관 시장 (예를 들어 전자책이나 앱 장터) 가 더 커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저렴하고 다양한 타블렛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타블렛 시장을 계속 애플이 장악하고 있었다면 아이패드 미니는 나오지 않았을 물건입니다. 또 아이패드 미니와 새로운 아이패드가 계속 등장한다면 아마존, 구글, 삼성, MS 등 다른 경쟁업체들 역시 이를 의식한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므로 아이패드 구매 예정자가 아닌 안드로이드, 윈도우 타블렛 예비 구매자들도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한 업체가 시장의 70% 를 장악한 상황은 바람직한 시장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독점' 이란 이야기도 있듯이 이런 시장에서는 경쟁도 없고 1위 업체가 마음대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과거에도 100% 독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패드 아니면 살게 없다는 이야기는 앞으로 점차 줄어들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그것이 아이패드 유저에게까지 유리합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이 더 합리적인 서비스와 가격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죠. 물론 지금 시점에서야 3 세대 아이패드 유저들은 아쉽겠지만 더 넓게 보면 결국 미래에 모든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진짜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 즉 현재처럼 한 업체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형태가 지속될지 아닐지 - 는 알기 쉽지 않습니다. 그건 마치 아이패드가 처음 등장할 때 이렇게 성공할 지 예상했던 사람이 없었던 걸 떠올리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당시에도 실망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다 아시는 대로입니다. 그래도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기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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