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년 만들어진 새로운 신조어 가운데는 Greece 와 exit 의 합성어인 Grexit 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이미 그렉시트라는 단어가 꽤 친숙해 질 만큼 2012 년 5월은 그리스 유로존 탈퇴 + 디폴트 위기가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 블로그를 통해 여러차례 언급했듯이 실제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나 디폴트가 이루어질 경우 그 충격파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경제 주체들이 이를 막기 위해 지난 수년간 막대한 손실을 참아가며 노력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우량 국가들은 막대한 비용을 조달해 가면서 구제 금융을 집행해 왔고 그리스를 비롯한 위기 당사국들은 꽤 가혹한 긴축 및 경기 침체를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양쪽다 서서히 한계점이 도달한 게 사실이어서 작년보다 올해 그렉시트의 가능성은 이전보다 매우 높아졌습니다.
앞서 포스팅 ( http://blog.naver.com/jjy0501/100158182525 ) 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직도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기는 해도 이전보다 비관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주요 경제 관료들도 더는 그렉시트 자체를 금기시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 기업들이나 경제학자, 애널리스트들이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 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짜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분주한 상태인데 물론 실제로는 유로존이 노력에 따라 현실화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기에 대한 몇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몇가지 변수를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1. 그리스 2차 총선
현재 (2012 년 5월 중순)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급진 좌파 연합 (시리자) 입니다. 현재는 제 2 당이지만 6월 중일 것으로 보이는 총선에서는 1당이 될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다만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충분히 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시리자가 현재 보다 높은 지지율로 연정 구성에 성공할 경우 그렉시트는 더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현재까지 시리자의 정책은 현재의 긴축안에는 반대하지만 유로존에는 남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긴축에는 반대하면서 유로존 탈퇴는 하고 싶지 않은 그리스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생각과는 일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문제는 부채의 상당부분을 외국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민간 채권단 이외에 트로이카 (ECB, IMF, EC) 에서 막대한 구제 금융을 받은 만큼 돈 빌려준 측의 의견을 무시할 순 없는 일입니다. 만약 일본처럼 자국내에서 대부분의 국채를 소화했다면 일단 외국과의 긴축 협상 같은 건 필요없겠죠. 하지만 그리스는 다릅니다.
만약 그리스가 긴축을 거부할 경우 트로이카가 구제 금융의 (2차) 추가 집행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고 - 왜냐하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누구도 무제한으로 돈을 빌려주진 않을 테니까요 - 그러면 그리스 정부는 자금 유동성이 매우 부족한 상태이므로 곧 정부가 돈을 지불할 수 없는 디폴트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일단 그리스의 디폴트가 현실화 되면 그리스 경제는 더 혼란에 빠지고 은행에서는 은행들이 지급 불능에 빠지기 전에 자금을 인출하려는 뱅크런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돈을 지불하려면 결국은 과거 통화인 드라크마화를 부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은데 그러면 디폴트 -> 그렉시트의 시나리오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그리스 국민들에게도 꽤 위협적이기 때문에 신민당 및 사회당 처럼 긴축 자체는 거부하지 않는 정당의 득표율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는 할 수 없습니다. 이들이 연정에 성공하는 경우에는 일단 그리스 위기가 다시 한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지만 그리스의 경제 자체가 계속 심각하게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미래에 다시 위기가 부각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긴축에 찬성하는 연정이 들어설 경우에도 실제로는 긴축 프로그램의 완화 및 성장율 제고에 대한 의견들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한데 이미 엄청난 구제 금융 비용을 (1차 1100 억 유로, 2차 1300 억 유로) 감당한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이를 납득해 줄지는 의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2차 투표에서도 결국 모든 정당이 정부 구성에 실패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인데 결과적으로는 그리스 정국이 완전히 혼돈 상태로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에도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당장에 그렉시트에 빠지지는 않더라도 결국 그리스 경제가 지금보다 더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궁극적으로는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의 시나리오로 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유로존 탈퇴시 확대 범위는 ?
그리스는 인구 천만 정도에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경제적인 비중이 매우 작기 때문에 사실 그리스가 탈퇴한다고 해서 정말 유로존이 붕괴될 것인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는 질서있는 그렉시트를 진행해서 더 이상 그리스에 유로존이나 세계 경제가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가장 큰 변수는 각 경제 주체와 투자자들의 패닉이 그리스에서 다른 취약 국가들로 얼마나 옮겨가느냐 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사태는 이로 인해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고 이탈리아 및 기타 유로존 국가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일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2012 년 5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부채가 2조 유로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상승하게 되면 결국 견디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이탈리아 디폴트가 현실화 되기전 스페인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탈리아가 이미 GDP 대 부채 규모가 120% 에 달한 반면 스페인은 이보단 낮은 80% 이하 수준이지만 다른 경제 지표가 극히 좋지 않은데다 재정 적자 규모가 큰 편이어서 더 빨리 디폴트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로 아이러니한 일은 사실 스페인이 2008 년 위기 전에는 독일보다 GDP 대 정부 부채 (Public debt) 수준이 훨신 양호한 국가였다는 사실입니다)
(각국의 정부 재정 균형. 스페인 정부는 심각한 재정 적자를 겪고 있으며 2009 년에는 재정 적자가 GDP 의 11.2% 까지 치솟을 만큼 재정 불균형이 심했고 2010년에도 9.2%, 2011 년 8.5% 를 기록. 이런 상황에 청년 둘 중 하나가 실업자일 만큼 실업율 역시 극심해 스페인 경제의 미래는 그리스 만큼이나 암울한 상태.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Spitzl Data 2001-2010 from Eurostat Data 2011-2013 (estimates) from IMFand Global Finance magazine (OECD estimate from December 2011) )
그리스 위기가 이들 취약 국가로 전이되 이들도 디폴트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국채 금리는 급등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결과로 이들이 균형 재정을 이룩하고 부채를 줄이는 데 더 큰 지장이 초래될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만약 실제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디폴트가 현실화 되면 그리스 및 다른 국가를 합쳐 그 액수는 합계 3조 유로를 넘게 될 것이므로 EFSF 나 ESM 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여기에 익스포저된 주요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엄청난 손실이 세계 금융계에 큰 충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리스 유로존 탈퇴 -> 스페인/이탈리아 디폴트가 바로 일어난다고 보기는 힘들고 그 전에 이보다 더 취약한 국가인 포르투갈이 더 빠른 두번째 희생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멈춘다면 충격은 2008 년 리만 브러더스 사태보다 심각하진 않겠으나 만약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로 번진다면 결국 글로벌 경제 전체 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들 중 과연 몇 국가가 추가로 유로존을 이탈하게 될지는 지금으로썬 알 수 없는 변수입니다.
3.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
오늘날 세계가 얼마나 밀접해 있는지는 인구 천만에 불과한 유럽의 소국 그리스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알 수 있을 정도 입니다. 일단 현재 유로존에서 기업들은 이미 디레비리징 및 신용 축소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그렉시트가 실제로 발생하면 최대한 안전자산을 확보하려 하는 경향이 모든 경제 주체에게 커질 것이며 부채를 줄이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런 경향은 역내의 많은 국가들이 불안한 상태인 유로존에서 심각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IMF 의 17 일자 보고서에 의하면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진행할 경우 세계 GDP 는 2% 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는데 특히 유로존은 -3.5% 의 심각한 경기 후퇴를 2013 년말까지 겪게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 될 경우 드라크마화의 가치는 유로화 대비 최소한 50% 나 일시적으로 그 이하로 감소할 것이므로 그리스의 GDP 는 크게 감소할 것이며 유로존을 떠나는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유로존에 남는 국가 역시 이보단 덜하더라도 역내 무역은 물론 소비와 고용이 크게 감소할 것이므로 독일이나 스웨덴 처럼 유로존내 비교적 건실한 국가들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자체는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이나 스웨덴의 제조업에는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자국내 금융기관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므로써 그 피해가 적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재정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기도 전에 이미 우리 나라도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는 영향을 받고 있는데 정말 위기가 현실화 되면 한동안 일본, 미국, 신흥국 모두가 패닉에서 한동안 벗어나기 힘들어 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것이 진짜 퍼팩트 스톰이 될 것인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지는 그리스의 디폴트나 혹은 디폴트 + 유로존 탈퇴가 다른 국가로 얼마나 전이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낙관적인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실제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때 국제 금융 시장 전체가 출렁이고 전세계적인 경기 하강 및 신용 불안이 고조될 것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이것이 곧 회복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유로존 취약 국가들의 도미노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라는 더 큰 파국의 도화선이 되어 몇년간 우리를 괴롭히게 될지는 지금 100% 단정짓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4. 결론
아마도 이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해 보면 지금 이순간 까지도 그리스가 본래의 긴축 정책에 복귀하고 유로존에 지원을 받아 디폴트 없이 회생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과연 그리스 국민들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 입니다.
다만 지금 긴축을 무조건 반대한다면 미래에는 디폴트와 감당하기 힘든 인플레 - 만약 드라크마 화로 복귀한다면 그 가치가 매우 낮을 것이고 인구 1000 만 정도의 작은 내수시장으로 인해 상당수 소비재는 물론 원자재와 자본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그리스는 갑자기 수입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 - 그리고 너무나 힘든 화폐 교환 과정 (당연히 경제 주체들이 유로화를 서로 확보하려 들고 드라크마 화로는 거래를 하지 않으려 들 것 ) 이라는 더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트로이카도 지금 시점에서는 긴축을 부분적으로 완화해 그리스가 이 과정을 감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당근' 도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 (물론 정치적으로 쉽지 않지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지나친 긴축이 가져올 경기 침체 역시 풀어야할 숙제로 생각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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