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감염자 수가 줄어드는 질병 중에 A형 간염이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감염자 수가 줄어듦에 따라 오히려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질병이 바로 A 형 간염이다. 금일 포스트는 이 A형 간염에 대한 이야기다.
1. A형 간염의 정체는 ?
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간염이다. 이 A형 간염 바이러스는 Picornavirus 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non enveloped (싸고 있는 막이 없다는 뜻) single stranded RNA (한가닥의 RNA에 유전 정보를 담아가지고 다닌다는 듯) Virus 이다.
(hepatitis A Virus, 즉 A형 간염 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이다. This image is a work of the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s a work of the U.S. federal government, the image is in the public domain.)
2. A형 간염 바이러스의 간염 경로와 특징
A형 간염 바이러스는 경구로 감염된다. (fecal to oral)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대개 위생 상태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흔히 감염된다.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매년 1000만명이상 새로운 환자들이 감염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만큼 아주 흔하게 간염을 일으키는 전염성 간염이다.
(A형 간염의 전세계 유병률 - 주로 개발 도상국에서 높다. 출처 : CDC Travelers' Health: Yellow BookChapter 4 – Prevention of Specific Infectious Diseases: Hepatitis, Viral, Type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A형 간염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어렸을 때 대부분 감염되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감염되면 그 증상이 없거나 심하지 않게 넘어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번 감염되면 이후로 면역이 생겨 대부분 다시 감염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A형 간염의 유병률이 매우 높은 국가는 역설적으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반면 우리 나라 처럼 과거 개도국이다가 발전한 국가의 경우 중장년층 이상은 대부분 이미 걸려서 면역이 있지만 새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거의 걸린 적이 없어 면역이 없다. 대개 우리나라 청소년 중 90 % 이상이 면역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 20대에서 30대 사이에도 면역이 없는 사람들이 꽤 있는 편이다.
이렇게 이전에 어린 시절 걸린 적이 없는 사람이 면역이 없는 상태로 지내다가 운이 없게도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번엔 증상이 매우 심하게 나타난다.
이 병은 개도국의 어린이들은 거의 100% 감염되는 병이지만 (그리고 나서 면역이 생긴다) 미국에서는 성인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매년 3만명 정도가 감염된다고 한다.
3. 증상과 진단
일단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 - 6 주 (평균 4주) 정도의 잠복기 (incubation period) 를 거쳐 증상을 일이킨다. 이 증상은 인플루엔자나 감기 증상하고도 다소 비슷하다. 피곤감과 발열이 가장 흔한 증상이고, 설사,구토, 식욕부진을 일으킬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복통을 일으켜 다른 질병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일단 감염되면 잠복기까 끝날 무렵부터 대변으로 바이러스를 뿌려서 결국 다른 숙주에게 감염되게 하지만 이 시기에는 진단을 하기 어렵다. 결국 진단은 혈액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항체가 만들어진다. 우선적으로 만들어지는 초기 항체인 IgM Antibody 를 찾아내면 진단이 확실해진다.
(전공하신 분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그래프 -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초기에 혈액과 대변에 바이러스 농도가 크게 올라간다. 그리고 이후에 IgM 항체가 검출되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반영구적 면역을 위한 항체인 IgG 항체가 생성된다. 따라서 IgM 항체 증가가 확인되면 초기 감염임을 알수 있고, IgG 항체가 검출되면 A형 간염에 대한 면역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CCL 에 따라 복사,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 GrahamColmTalk)
4. 병인 (pathogenesis)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제법 강인한 바이러스로 강한 산과 건조한 환경, 그리고 60도 이하의 열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바이러스다. 이와 같은 특징은 물론 이렇게 자연상태에서 존재하다가 숙주에게 감염되기 위해서다. 이 바이러스는 일단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구강으로 들어가면 일부는 인후두에서 혈액으로 들어가고 일부는 강한 위산을 견디고 장에서 혈액으로 들어간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피를 타고 몸을 돌아다니다가 이름처럼 자신의 목표인 간세포 (Hepatocyte) 와 쿠퍼 세포 (Kupffer cell) 에 도달하여 여기에서 세포에 감염되어 증식을 하게 된다. 이렇게 증식된 바이러스는 간세포가 만들어내는 담즙과 함께 장으로 나와 다시 대변으로 배설되어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다시 한바퀴 돌아 인간의 입으로 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 A형 감염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위생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위생 상태가 열악한 개도국에서 감염률 100%를 자랑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나 어릴 적에 다 감염되는 개도국에선 어찌 보면 무료로 전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어릴적엔 큰 문제 없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걸리는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미국에서는 A형 간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인구 1000명당 4명으로 보고했다. 특히 50세 이상에서 생기는 경우에는 1000명 당 17.5명으로 사망률이 올라간다. 이 바이러스에 걸려서 정말 운이 없으면 전격성 간염에 빠져 간이 사실상 완전히 망가져 사망할 수 있다. 물론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5. 치료와 예방
이렇듯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뾰족한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보전적인 치료를 하면서 전격성 간염등으로 진행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 개인 위생에 신경쓰는 것도 물론 좋지만 백신이 나와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백신은 접종을 통해 10년간 95% 의 확률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재 하브릭스나 아박심같은 브랜드로 백신이 나와있는데, 무려 8만원이나 (성인용) 되는 가격이 좀 문제긴 하지만 접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단 걸리면 약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도 모르게 이미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A형 간염에 대한 IgG 항체가 있는 경우에는 접종할 필요가 없다 (이미 면역이 있으니까)
일단 국내에서 현재 소아와 청소년들은 대부분 면역이 없는데다 검사비가 1만원이 넘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그냥 무조건 접종하는게 유리하다. 또 소아용 백신은 싸다. 30대 이상 성인의 경우 검사를 해볼 수 도 있는데, 가까운 병원에서 검사를 해볼수 있다. 한번 접종후 6- 12개월 후 다시 재접종 한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최근 신문 보도 에서는 A형 간염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 했듯이 A형 간염은 그 유병률이 줄어들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어린 시절 면역이 생기지 못한 성인들이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최근 성인에서의 A형 간염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백신 가격이 저렴해지면 아마 비용 효과적으로 백신 접종이 유리해질 것이므로 국가 필수 예방 접종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 이에 대해서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전까지 A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백신 접종과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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