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대기 중 납 오염으로 살펴보는 역사


(Lead pollution found in 13 ice cores from three different regions of the Arctic (North Greenland, South Greenland, and the Russian Arctic) from 200 BCE to 2010 CE. Increases in lead deposition coincided with times of economic prosperity, such as the Industrial Revolution in the mid-19th century. Dramatic declines in lead pollution followed crises such as the Black Death Plague Pandemic starting about 1347 CE, as well as pollution abatement policies such as the 1970 U.S. Clean Air Act. Credit: Desert Research Institute)


(Locations of the 13 Arctic ice-core drilling sites, as well as ancient and medieval lead/silver mines throughout Europe. Atmospheric modeling shows the impact of emissions from different regions on pollution recorded in the Arctic ice cores. The Russian Arctic, for example, is relatively more sensitive to emissions from mines in eastern Europe, while North Greenland is relatively more sensitive to emissions from western Europe. Credit: Desert Research Institute)


 대기 오염 가운데 납 오염은 상당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낮은 온도에서 녹고 쉽게 채취와 가공이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납은 여러 문화권에서 널리 사용되는 금속이었으며 은을 비롯한 다른 금속의 채취 및 가공과도 연관이 있어 금속 채취 정도의 지표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쉽게 대기 오염을 일으키며 바람을 타고 북극권까지 쉽게 퍼져 그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독특한 특징입니다. 


 고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그린란드 및 다른 지역의 방하에서 채취한 빙핵 코어에서 로마 시대 대규모로 이뤄진 납 제조 및 가공의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조 맥코넬 (Joe McConnell, Ph.D) 등이 이끄는 다기관 연구팀 (Desert Research Institute (DRI), the University of Oxford, NILU)은 그린란드 및 러시아 북극 지역의 빙하에서 채취한 샘플을 통해 그리스 로마 시대 부터 현재까지의 유럽 납 오염 수준을 조사했습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납 오염의 정도는 경제 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습니다.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해 한창 정복 전쟁을 벌일 때는 납 오염 수치가 상승하다가 내전과 혼란기 때는 감소했고 다시 팍스 로마나 시기에는 증가했습니다. (Y 축은 로그 스케일로 10, 100배 증가라는 점을 참조) 그리고 3세기경의 혼란과 역병 유행기에는 경기 침체와 더불어 급격히 감소하게 됩니다. 


 약간 의외인 점은 샤를마뉴 시기에 로마 시대에 견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인데, 당시 유럽 경제가 발전하고 동로마 제국 역시 번영을 누리긴 했지만, 과연 이 정도까지 증가할 수 있는지는 다소 궁금한 부분입니다. 이 점은 기후 변화 같은 다른 요인으로 인해 얼음층에 더 많은 납이 축적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낳게 합니다. 


 아무튼 중세 후반부로 갈수록 증가했던 납 농도는 흑사병 유행 시기에는 한 차례 크게 감소했다가 이후에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갑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대기 오염 방지 조치가 취해지기 전 시기까지 급격히 증가해 산업 시대 이전 수백배에 달하는 증가세를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환경 오염과 문명은 산업 시대 이전부터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다만 현재의 우리가 다른 점은 환경 오염이 어떤 재앙을 가져오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예방에 나서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참고 


Joseph R. McConnell el al., "Pervasive Arctic lead pollution suggests substantial growth in medieval silver production modulated by plague, climate, and conflict," PNAS (2019). www.pnas.org/cgi/doi/10.1073/pnas.190451511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