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yptian fruit bats. Credit: S. Greif)
짝짓기 방식은 생명체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암컷을 두고 수컷들이 경쟁하는 구도는 종을 초월해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수컷이 임신시킬 수 있는 암컷의 숫자는 많지만 반대는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최대한 짝짓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쪽이 수컷이라는 점은 별로 놀랄일이 아닙니다. 큰 뿔이나 화려한 깃털을 지닌 쪽은 대부분 수컷입니다.
그런데 무기나 장식 이외에 현물을 통해서 암컷의 환심을 사는 동물도 존재합니다. 이집트 과일 박쥐 (Egyptian fruit bat)가 그런 경우인데, 사육 상태에서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이 관찰된 적이 있습니다. 텔 아비브 대학의 요시 유벨 (Yossi Yovel of Tel-Aviv University)과 그 동료들은 야생에서 이집트 과일 박쥐의 행동을 연구해 이 행동이 암컷의 환심을 사 짝짓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암컷이 수컷들을 경쟁 입찰시킨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은 하나의 암컷이 여러 수컷에서 먹이를 공급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수컷이 이를 통해 얻는 것은 아마도 짝짓기 기회일 것입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암컷은 바로 짝짓기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몇 주는 기다린 후 수컷 가운데 하나와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임신했는데, 이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이득을 보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암컷이 수컷들을 일방적으로 어장관리하고 이용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일단 새끼를 낳고 나면 육아는 암컷 몫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더 이득을 보는 쪽은 몇 주만 투자하는 수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수컷이 수 주에 걸쳐 한 암컷에 구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는 수컷이 이집트 과일 박쥐 군집에서 자신의 짝을 찾아낼 수 있으며 반대도 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수 주간에 걸쳐 수컷의 구애를 받은 암컷은 한 수컷을 선택해 짝짓기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 세상과 약간 비슷하면서도 다른 독특한 짝짓기 방식인데, 과연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일지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가장 많은 먹이를 주는 수컷을 선택할 듯 한데, 역시 능력이 기준이 될지 궁금합니다.
참고
Current Biology, Harten et al.: "Food for sex in bats revealed as producer males reproduce with scrounging females"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19)30495-6 , DOI: 10.1016/j.cub.2019.04.066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