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 ingots of lead from the mines of Cartagena, Spain, housed in the Archaeological Municipal Museum of Cartagena. Credit: Nanosanchez; public domain)
로마는 산업화 이전에 대규모 광물자원을 재취하고 금속 제품을 제조한 문명입니다. 특히 납으로 만든 금속 파이프를 이용해 상수도 시스템을 만든 최초의 문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납을 대량으로 채굴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환경 오염을 일으킨 최초의 문명이기도 합니다.
미셀 레그랑 (Michel Legrand, an atmospheric scientist at the Université Grenoble Alpes in Grenoble, France)과 그 동료들은 당시 대기 오염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프랑스의 몽블랑 산의 빙하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2세기 사이 납 오염 수치가 그 전후 시대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부분은 1950-1985년 사이 빙하에서 오염 수치는 50-100배 정도라는 것입니다. 현대 시대의 오염은 대부분 납 같은 중금속 성분이 포함된 화석 연료에 의한 것으로 로마 시대에 비해 5-10배 정도 더 심한 오염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 산업 사회의 생산 및 소비 규모를 생각하면 당시 광산 채취가 산업화 이전 시대 가운데 가장 대규모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물론 로마 시대 이후에도 광산 개발은 이뤄졌지만, 로마처럼 대규모 금속 상수도망을 갖춘 문명이 없었던 만큼 산업 시대까지 대기 오염은 심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중세말에서 근세초의 흑사병 유행기에는 거의 0에 수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산업 시대에 이르러 대규모 자원 채취 및 환경 오염이 시작된 것이죠.
이 내용과는 별개로 상당한 크기의 시장과 발달된 기술이 있던 로마에서 산업 혁명이 시작되지 않은 이유도 궁금한 것 같습니다. 물론 중국이나 이슬람 제국을 비롯해 큰 시장과 기술을 갖추고도 산업화를 이룩하지 못한 문명 쪽이 사실 일반적인 경우이고 근대 서양이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근대 서양 시대까지 축적된 기술과 문명의 양이 고대 로마 시대보다 훨씬 뛰어났다는 설명이 비교적 그럴 듯한 이유일지 모르겠습니다.
참고
Susanne Preunkert et al. Lead and Antimony in Basal Ice From Col du Dome (French Alps) Dated With Radiocarbon: A Record of Pollution During Antiquity,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2019). DOI: 10.1029/2019GL08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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