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LDL 콜레스테롤과 혈압은 낮출수록 좋다?


(이상지질혈증 진료 지침 (4판) 출처: 한국 지질 동맥경화 학회)


 콜레스테롤은 일반적으로 나쁜 물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으로 인체 내에서도 합성할 뿐 아니라 음식으로도 섭취합니다. 사실 필요 없다면 소화기관에서 흡수할 이유 자체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LDL 콜레스테롤이 과도할 경우 동맥 경화의 위험도를 높이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현재 고지혈증 가이드라인은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경우 혈중 LDL 콜레스테롤 농도가 130mg/dL 이상인 경우 투약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뇨나 기타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 이보다 낮은 농도에서도 치료를 고려합니다. 아무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은 건강의 위험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은 혈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 증상 없어도 높은 혈압과 LDL 콜레스테롤은 심혈관 질환과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됩니다. 최근 영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역학 연구는 이와 같은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브라이언 페렌스 (Brian Ference)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 뱅크 (Biobank) 사업에 참여한 438,95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혈압 및 LDL 콜레스테롤 수치 만이 아니라 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적 변이도 같이 고려되었습니다. 2006-2010년 사이 기반 연구가 진행되고 2018년까지 추적 관찰을 해서 총 24,980건의 주요 심혈관 질환 (심근 경색, 협심증 등)이 확인됐습니다. 연구 결과는 물론 혈압 및 L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유전적 변이를 지닌 사람과 혈압/L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사람이 장기간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적 변이를 감안해도 매우 작은 수준의 혈압 및 LDL 콜레스테롤 감소가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4.7mg/dL의 LDL 콜레스테롤 감소는 위험도를 27%나 줄였고, 38.67mg/dL의 LDL 콜레스테롤 감소와 10mm Hg의 수축기 혈압 감소는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78%나 낮췄습니다. 이 연구는 건강한 정상인에서도 혈압 및 LDL 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별 증상이 없기 때문에 고혈압은 물론 고지혈증도 종종 치료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각종 권고안과 진료 지침에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참고 


Brian A. Ference et al. Association of Genetic Variants Related to Combined Exposure to Lower Low-Density Lipoproteins and Lower Systolic Blood Pressure With Lifetime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JAMA (2019). DOI: 10.1001/jama.2019.1412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