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961 -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 행성 프록시마 센타우리 b는 대기가 살아남기 어렵다?



(Yellow triangles mark every flare event identified in the TESS light curve of Proxima Centauri. The inserts zoom in on the two largest events (green triangles). Credit: Krisztián Vida (Konkoly Obs.))


 지구에서 4.2광년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 (Proxima Centauri)는 태양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별이지만, 태양 질량의 1/8에 불과한 어두운 적색왜성이기 때문에 망원경의 도움 없이 눈으로 관찰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적색왜성일 뿐만 아니라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지도 모르는 외계 행성 프록시마 센타우리 b 때문에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적색왜성은 매우 어둡기 때문에 액체 상태의 물이 표면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모항성에 매우 근접해 공전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적색왜성은 작은 크기에도 플레어 등 항성 표면 활동이 활발해 지구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방사선과 강력한 항성풍 입자에 시달려야 합니다. 대기가 안정적으로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헝가리 콘콜리 관측소 (Konkoly Observatory of the MTA CSFK (Budapest, Hungary))의 크리스티안 비다(Krisztián Vida)와 그 동료들은 TESS의 데이터를 이용해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강력한 플레어가 얼마나 자주 생기는지 조사했습다. TESS의 기본 목표는 밝기 변화를 측정해 외계 행성을 찾아내는 것이지만, 선배인 케플러 우주 망원경과 마찬가지로 TESS 데이터 역시 여러 가지 다른 연구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TESS는 거의 하늘 전체를 관측하고 있는데, 올해 4월과 6월 사이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관측했으며 이 약 50일간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프록시마 센타우리의 밝기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플레어가 발생하면 별의 밝기가 짧은 시간 증가하므로 이를 통해 얼마나 자주 플레어가 생기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작은 별임에도 불구하고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전체 시간의 7%라는 상당히 긴 시간 플레어가 발생했으며 횟수로는 무려 72회에 달했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어는 수시간 정도 지속되었으며 크기는 10^30 - 10^32 ergs 정도였습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별의 밝기가 현저히 밝아질 정도인 10^33 ergs 급 플레어는 일년에 3회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참고로 이 정도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플레어인 1859년의 캐링턴 이벤트의 10배 수준입니다. 하지만 프록시마 센타우리 b가 모항성에서 워낙 가깝기 때문에 실제 행성에 도달하는 방사선량은 지구의 수천배에 달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프록시마 센타우리 b의 대기나 바다가 거의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물론 이 행성을 직접 관측할 수 있기 전까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실제로 이 행성을 직접 관측하면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올지 예상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참고 


Flaring activity of Proxima Centauri from TESS observations: quasi-periodic oscillations during flare decay and inferences on the habitability of Proxima b, Astrophysical Journal, arxiv.org/abs/1907.12580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