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SF 소설이나 영화같은 이야기지만 화성이나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변형시켜 인류의 새로운 개척지로 삼는다면 어떨까? 현재 자원이 고갈되고 또 포화상태에 이른 지구를 생각한다면 이제 인류도 새로운 우주 개척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
물론 이와 같은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상상력과 개척 정신은 끊임이 없으며, 사실 이로 인해 과거엔 모두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일을 오늘날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상상해 보자. 이집트의 파라오나 중국의 천자라도 마음대로 하늘을 날거나, 혹은 인터넷으로 지구 반대편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볼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상의 평범한 많은 이들에게 가능한 일이다.
(테라포밍을 통해 지구화된 화성의 상상도)
일단의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들과 과학자들은 외계 행성을 지구화 시키는 계획에 대해서 이미 어느 정도 플랜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외계 행성 지구화 계획은 테라포밍 (Terraforming : 지구를 뜻하는 Terra 에 만들다는 forming 이 합쳐진 단어) 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리고 이 테라포밍에 있어 가장 적합한 천체로 1순위로 거론되는 행성이 태양계 내에선 바로 화성인 것이다.
(화성의 단계별 테라포밍을 나타낸 상상도)
테라포밍란 단어의 역사는 1942년 잭 윌리암슨의 SF 소설 '충돌 궤도 (Collision Orbit)'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개념 자체는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과학자들 중에 최초로 이 개념을 받아들여 행성 개조를 제안했던 사람은 바로 유명한 과학자였던 칼 세이건이었다.
(칼 세이건의 생전 모습)
1961년, 칼 세이건은 '금성 (The planet Venus)'이라는 글을 통해서 금성의 온실 효과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 방법이란 금성의 살인적 온실효과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화시킬 조류 (Algae - 광합성을 하는 녹조류등을 말함) 들을 금성에 뿌리는 것이다. 과거 지구에 이산화탄소가 주종이 되는 대기를 원시 조류들이 산소가 풍부한 대기로 바꾸었듯이, 생명체가 있으면 금성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 금성의 대기는 견딜만한 온도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른바 '행성 공학 (Planetary Engineering)' 의 시초였다.
사실 당시엔 금성의 살인적인 대기를 잘 몰랐기 때문에 이런 제안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오늘날이라면 지구에 사는 어떤 조류나 미생물도 금성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이후 금성 탐사에서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졌을 때 많은 과학자들이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었다. 화성이라면 어떨까? 칼 세이건은 1973년 다시 화성을 지구인의 새로운 개척지로 만들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3년 후 나사에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구체적인 연구 과제로 삼는다. 다만 용어적인 측면에서는 테라포밍이 아니라 planetary ecosynthesis 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개념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1979년에는 나사에서 처음으로 제임스 오버그에 의해 테라포밍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결과는 81년 새로운 지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맥케이 박사)
82년에 이르러 화성 테라포밍에 대한 기념비적 저작이 나왔다. 당시 나사의 에임즈 연구소 연구원이자 이후 나사의 화성 탐사 과학자가 되는 크리스토퍼 맥케이 박사의 '화성 테라포밍 (Terraforming Mars)' 라는 저작이 출간되기 때문이다. 맥케이 박사는 화성 테라포밍의 전도사이자 화상 탐사 개획에서 실제로 중요한 역활을 하는 과학자이기도 하다. 맥케이 박사의 저작 이후로 제임스 러브록의 'The Greening of Mars' 나 마틴 포그의 'Terraforming: Engineering Planetary Environments' 같은 책들이 나왔고, 이를 통해 서서히 테라포밍이 과학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소개되게 되었다.
심지어 게임이나 TV에서 조차 테라포밍을 소재로 삼기도 했다. 몇년전 NHK 에서 제작하고 KBS 에서 방영한 다큐인 '우주 대기행' 에서도 화성 테라포밍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 때 맥케이 박사의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NHK 우주대기행 4편 - 우주 인류로의 진화가 시작된다 에서 화성 테라포밍을 다루고 있다. )
이 다큐는 화성 테라포밍에 대해서 관심 있으신 분은 한번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 본론을 이야기할 때가 됐다. 과연 화성 테라포밍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우선 가장 중요한 단계는 화성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앞서 포스트에서 보았듯이 화성에는 물이 존재하고 있으며, 양 극관에는 드라이 아이스와 얼음이 존재한다. 화성의 온도를 20도 정도 높일 수 있다면 양 극관의 드라이 아이스를 녹여 대기중 이산화 탄소를 더 증가 시키고 이것은 다시 온도를 더 증가시키게 될 것이다.
(화성의 극관의 얼음 과 드라이 아이스)
그렇다면 처음에 온도는 어떻게 올릴 것인가 ?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인류는 이미 한가지 특기를 같고 있다. 우리는 지구의 온도를 6가지 주요 온실 가스를 통해 높이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유명하긴 해도 그 양이 매우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화성에서 필요한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뿌리기는 어렵다. 대신에 프레온 가스 처럼 이산화탄소의 만배 정도 온실 효과를 가지는 가스를 사용하는 대안이 있다. 원료가 되는 탄소와 불소만 확보할 수 있고,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앞의 다큐 설명 사진중 젤 위에 보이는 것)을 건설할 수 있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화성의 온도가 충분히 올라간다면 화성에 있는 드라이아이스와 얼음이 녹게 될 것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과연 화성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다. 양 극관을 제외하고도 미량의 수증기가 대기중에 존재하며, 더 나아가 화성의 지각내에도 대량의 물이 존재한다는 가설이 있다.
앞서 포스트에서 설명하였듯이 화성에는 과거 대량의 물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물은 어디로 갔을까? 일부 과학자들은 화성의 지각내에 이 물이 얼어있다고 생각한다. 즉 지구에서도 볼 수 있는 영구 동토와 같은 지형 내에 대량의 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의 그림은 화성 탐사선이 관측한 화성의 수분 정보이다. 대략 60도 이상 고지대에 집중적으로 물이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지표만 관측한 결과이고 지각내의 물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화성의 추운 기후를 생각할 때 대량의 물이 지각내에 있다면 사실상 암석이나 다름없어 지각을 파보기 전까진 알 수 없을 수도 있다.
비록 지금까진 화성의 지각을 직접 파보진 못했지만 지하에 막대한 얼음을 포함한 지구의 영구 동토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화성에서도 비슷한 지형들을 관측한 바 있다. (아래 사진)
이른바 '폴리곤' 지형으로 불리는 이러한 지형들은 지구에서도 얼음을 많이 포함한 영구 동토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화성의 매마른 사막 지표 밑에 물이 숨어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화성의 매마른 지표 밑에 액체나 고체 상태에 물이 있을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최근에는 화성에서 직접 위성 사진으로 이러한 지하수가 일시적으로 흐른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미 앞의 포스트에서 본 사진이다.
위의 사진은 일시적으로 물이 흘렀다가 증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각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을 직접 시사하는 것이다.
사실 화성의 물이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현재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아마 구체적인 답은 인간이 직접 도착해서 화성 지각을 직접 조사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들이 화성의 물의 양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화성 테라포밍 때문이기도 하다. 물의 양이 많으면 많을 수록 테라포밍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화성에 충분한 양의 물이 있다면 이 물이 녹으면서 화성에 바다를 새롭게 형성하게 될 것이다. 충분한 크기의 바다만 있다면 기후는 훨씬 따뜻해지고 생명체가 살기에 보다 적합해질 것이다.
(화성에 과거 있었다고 생각되는 바다)
만약 이 단계까지 올 수 있다면 그 다음 단계는 화성의 대기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어렵다. 일단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화성의 대기에서도 충분한 물만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녹조류를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화시킬 수 있다.
여기까지는 쉽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구의 대기는 77%가 불활성 기체인 질소이다. 흔히들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녹조류등만 뿌리면 그 다음은 알아서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고, 그러면 인간을 비롯한 여러 고등 생물이 생활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100% 산소에서는 인간은 장기간 생존하기 어렵다. 의료용으로도 100% 산소를 쓰기는 하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강력한 산화제인 산소에 의해 많은 손상을 입게 될 수도 있다. 산소 80% 에 이산화탄소 20%라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0.03%라는 미세한 이산화 탄소에 잘 적응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건 인간뿐 아니라 다른 지구 고등생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화성에 나무를 심고 벌레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이야기다. 과연 어디서 이런 불활성 가스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암모니아 등을 이용하자는 설도 있지만 충분한 양을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래에 토성과 목성에서 대량의 질소 가스를 구해온다고 해도 행성 대기를 채울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양을 수송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마지막 관문은 지구의 1/3 정도되는 중력과 화성의 빈약한 자기장으로 인한 태양 방사선이다. 중력은 어떻게든 적응한다고 해도 고등 생명이 안정적으로 살려면 태양의 강력한 방사선으로 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자기장의 존재가 필요하다. 비록 화성이 지구보다 태양에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해도 자기장이 약한 만큼 태양은 무서운 존재다.
이와 같은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 이외에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로썬 화성 테라포밍은 커녕 화성에 인류를 착륙시키는 것 조차도 요원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화성 테라포밍이 진지한 논의의 과제가 될 시기는 한참 후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먼 미래 어쩌면 우리의 후손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눈덮힌 웅장한 올림푸스산 (화성 뿐 아니라 태양계 최고봉. 이전 포스트 참조)을 등반하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에메랄드 빛 바다가 된 아름다운 헬라스 해를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다. 아마 미래엔 '아름답고 푸른 별'이 태양계에서 지구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 NASA, Wiki, NHK 다큐 등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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