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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R과 GDDR은 무엇이 다른가?



 작년에 올린 포스트에 흥미로운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 있어 정보 공유 차원에서 글을 써 봅니다. DDR5 가 이미 나와있다는 댓글에 대해서 GDDR5와 DDR5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과연 이 둘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GDDR이 Graphics Double Data Rate의 약자라는 점과 실제로 그래픽 카드에서만 쓰이는 점을 생각하면 GDDR은 그래픽 카드에 특화된 메모리로 생각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기술적으로 제법 복잡합니다. 




 과거 SDRAM의 느린 속도는 클래식 펜티엄 시절부터 시스템 속도를 느리게 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쓰기와 읽기를 동시할 할 수 있는 DDR (Double Data Rate)이 등장했고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모리 속도가 발목을 잡는 것은 CPU만은 아니었습니다. 


 GPU라는 단어를 처음 등장시켠 엔비디아의 지포스 256 그래픽 프로세서의 경우 (1999년) 메모리 문제로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SDR메모리와 DDR메모리 버전의 경우 속도 차이가 상당히 났습니다. GPU는 그래픽 처리라는 특화된 목적을 위한 프로세서이지만,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CPU보다 더 많았으므로 CPU보다 용량은 작을지언정 더 빠른 메모리를 필요로 했던 것입니다. 


 엔비디아와 ATI (이후 AMD로 합병)은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서 더 빠른 그래픽 카드를 만들게 되는데, 이는 결국 더 빠른 메모리가 필요함을 의미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GPU는 이미 CPU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프로세서가 되었는데, 이는 그래픽 연산 자체가 병렬화의 이점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유저의 경우 CPU가 듀얼 코어, 쿼드 코어, 옥타 코어가 된다고 해서 체감성능이 2배, 4배, 8배 늘어나지 않지만 GPU의 경우 일단 그림 그리는 사람이 많으면 전체 그림 작업이 빨라지는 것처럼 속도가 빨라지고 체감속도에서 큰 차이가 났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림 그리는 사람이 많아지면 작업 공간도 커지고 쉽게 이용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런 만큼 더 빠른 메모리를 위해 GDDR 규격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잘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GDDR3을 처음 디자인 했던 회사는 ATI였습니다. 그래픽에 특화된 DDR2라는 의미의 GDDR2는 2004년 도입되는데, 엔비디아의 GeForce FX 5700 Ultra에 사용되었습니다. `GeForce 6800 Ultra에 GDDR3가 채택되었고 (역시 2004년) 하나씩 GDDR3를 탑재한 제품이 등장해 GDDR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DDR3와 무엇이 달랐을까요? 


 사실 이 질문은 잘못되었습니다. GDDR3가 나왔을 당시 DDR3는 없었습니다. DDR3 규격이 나온 것은 2007년입니다. 즉 지금의 GDDR5와 DDR5와 비슷한 관계인 셈입니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GDDR3가 이름과는 달리 DDR3의 변형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사실은 DDR2의 변형입니다. GDDR3라는 이름은 높은 성능과 GDDR2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마치 DDR3의 일종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본래 처음 나왔을 때는 메모리의 표준을 정하는 JEDEC의 규격외 제품이었으나 나중에 GDDR3가 정식으로 JEDEC 규격으로 채택되었다는 점입니다) 


 GDDR와 DDR의 가장 큰 차이점은 데이터 버스의 비트(bit)의 구성입니다. GDDR은 x32의 구성을 지닌 반면 DDR2는 x4/8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DDR 메모리는 건물 하나에 엘리비에터가 4,8,16개인 반면 GDDR는 32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사람이 더 빨리 타고 내릴 수 있죠. 그런데 사람이 빨리 나가고 들어오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 숫자만 많아서는 안됩니다. 


 만약 출입문에서 들어오려는 사람과 나가려는 사람이 서로 엉키면 빨리 나가거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DDR1/2/3는 데이터 통로인 스트로브(Strobe)가 읽고 쓰기 통로로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반면 GDDR은 4개의 스트로브가 읽기와 쓰기 전용을 나뉘어져 데이터가 빨리 나가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GDDR4/5와 DDR3의 관계 역시 비슷합니다. SK 하이닉스 홈페이지에서 그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DDR3             GDDR5
I/O                                          16                     32
Prefetch (per I/O)                               8                             8
Max. Bandwidth                 4.3GB/s(2133Mbps per pin)  32GB/s (8Gbps per pin)
VDD                                                  1.35V, 1.5V            1.35V, 1.5V



 GDDR5는 DDR3와 비교해서 I/O 비트가 32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핀당 데이터 대역폭이 8Gbps 로 거의 네배 빠릅니다. 그런데 왜 DDR3와 GDDR5의 비교일까요. 그것은 GDDR4와 GDDR5가 모두 DDR3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 GDDR5 항목을 인용하겠습니다. 


 "Like its predecessor, GDDR4, GDDR5 is based on DDR3 SDRAM memory, which has double the data lines compared to DDR2 SDRAM. GDDR5 also uses 8-bit wide prefetch buffers similar to GDDR4 and DDR3 SDRAM."


 GDDR5는 생각보다 빠른 시기인 2007년에 키몬다에서 샘플이 나왔으며 2010년에 등장한 GTX 4xx 같은 그래픽 카드에 사용되어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는 그래픽용 메모리가 되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DDR3 기반이었기 때문이죠. 제조사 입장에서는 같은 생산 시설에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GDDR5가 DDR4보다 더 큰 대역폭을 지원하는데, 그냥 시스템 메모리를 GDDR5를 사용하면 안될까요? 구태여 DDR4나 앞으로 나올 DDR5 같은 규격을 왜 만들까요? 


 GDDR은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대역폭을 잡아 늘리기 위해 여러 가지 붙이다보니 비용이 증가하고 전력 소모도 따라서 증가합니다. 동시에 DDR3/4 메모리가 빨라져서 굳이 시스템 메모리로 GDDR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도 이유입니다. 가격만 올라가고 발열만 심해질 뿐입니다. 다만 콘솔 게임기인 PS4는 GDDR5 8GB를 사용합니다. 이들은 그래픽 처리가 중심인 기기라 GDDR 메모리 수요가 큰 반면 시스템 메모리는 공유해서 사용해도 문제 없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작업을 하는 PC는 다르죠. 


 여기까지 이야기를 읽었다면 위에서 제기된 의문점은 대부분 해소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DDR5는 올해 여러 전문가 및 관련 회사에서 조율해서 JEDEC에서 규격을 정할 것이고 늦어도 내년까지는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양산은 2018년 정도로 예상합니다. GDDR5는 DDR5와는 관련이 없고 서로 호환되지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연 설명을 할 부분은 DDR 메모리가 GDDR보다 업데이트가 늦은 이유입니다. GDDR5나 GDDR5x 같은 이름이 나오게 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DDR 메모리 업데이트가 늦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CPU의 발전 속도가 GPU보다 느린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픽 카드만 신경쓰면되는 GDDR과는 달리 DDR은 CPU/칩셋 제조사와 메인보드 제조사 같은 여러 파트너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DDR메모리의 경우 여러 개의 메모리를 하나의 기판에 붙인 모듈을 메모리 슬롯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여기에도 노트북용과 PC용이 별개이고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위한 BGA 방식의 메모리도 존재합니다. 이런 다양한 규격을 여러 제조사와 맞추려면 자주 업데이트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메인보드, CPU, 칩셋까지 다 바꿔야 하니까요. 


 반면 GDDR 메모리는 특정 그래픽 카드와 GPU만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므로 그런 고민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GDDR5는 170핀 BGA 방식이고 GDDR5X는 190핀 BGA 방식이라 서로 다른 PCB를 사용해야 하지만, 어차피 메모리 혼용이나 교체를 생각할 이유가 없이 기판에 붙어 나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DDR3 기반으로 세 가지나 다른 GDDR (GDDR4, 5, 5x) 이 나온 이유일 것입니다. (물론 5x의 경우 프리패치가 16개로 DDR5의 특징을 먼저 보여준 부분이 있습니다) 


 GDDR 규격의 미래는 다소 불투명합니다. 적층형 메모리인 HBM가 등장하면서 고성능 그래픽 카드에 탑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HBM 역시 장단점이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가격과 발열) 한동안 GDDR 메모리가 계속 사용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GDDR6 규격 역시 준비 중입니다. GDDR6와 DDR5에 대한 소식이 새로 나오면 블로그를 통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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