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ern cottontail (Sylvilagus floridanus). Taken by Gareth Rasberry, Huntington Beach State Park, Murrells Inlet, South Carolina, USA)
토끼는 설치류 가운데서 매우 성공적인 초식 동물입니다. 토끼목 (Lagomorpha)에는 102종이 보고되어 있으며 화석종은 75속에 230종이나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토끼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5kg 정도이며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도 최대 8kg을 넘지 못합니다. 가장 큰 설치류인 카피바라가 50kg까지 커진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나무늘보처럼 현재는 별로 크지 않아도 과거에는 수톤에 달하는 거대 종이 있었던데 비해 토끼과의 최대 크기는 항상 일정했습니다.
교토 대학의 스스무 토미야(Susumu Tomiya)가 이끄는 연구팀은 그 이유를 이론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또 다른 성공적인 초식 포유류이자 토끼가 커지면 가장 직접적인 경쟁 상대일 가능성이 높은 유제류 (ungulate)와 토끼목을 비교 연구했습니다. 말, 양, 소, 염소 등을 포함하는 유제류(발굽이 있는 포유류)는 매우 성공적인 초식 동물로 네 발을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달릴 수 있습니다. 반면 토끼류는 뒷다리의 힘을 최대한 이용해서 도약하듯이 뛰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연구팀은 토끼의 이동 방식이 체중 6kg 이상에서는 유제류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이 이상 크기에서는 토끼의 이동 방식보다 그냥 네 발로 뛰는 유제류의 이동방식이 더 에너지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나 말 크기의 토끼는 효율성 면에서 유제류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유제류가 생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효과가 누적되면 결국 토끼를 몰아내게 됩니다.
하지만 토끼에도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6kg 이하 작은 크기에서는 유제류보다 뛰기 효율이 좋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은 왜 토끼 만한 말이 없는지도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이 크기에서는 토끼와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초식동물 그룹이 각자의 크기에 맞는 최선의 전략을 선택해 생태학적 지위를 나누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명쾌하지만 상당히 그럴 듯한 설명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04-horse-sized-rabbit.html
Susumu Tomiya et al, Why aren't rabbits and hares larger?, Evolution (2021). DOI: 10.1111/evo.14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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