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onocerus ruficollis, a weakly glowing member of the Cyphonocerinae. 출처: wikipedia)
조용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불빛을 보여주는 반딧불이(firefly)는 매우 서정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곤충입니다. 하지만 사실 노래하는 곤충과 마찬가지로 반딧불이의 불빛 역시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포식자들을 불러들이는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반대로 반딧불이의 불 빛이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딧불이가 독을 지니고 있어 먹으면 해가 되거나 최소한 불쾌한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밤에 다른 곤충과 혼동해 포식자가 잡아먹으면 안되므로 반딧불이는 눈에 잘 띄는 신호를 보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이론은 한 가지 큰 약점이 있습니다. 반딧불이 같이 밤에 활동하는 곤충의 최대 천적인 박쥐는 눈이 나쁘다는 사실입니다. 박쥐는 눈 대신 초음파를 이용한 반향정위를 이용해 목표를 찾기 때문에 불빛으로 경고하는 방식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스라엘 텔 아비브 대학과 베트남 과학 기술 대학 (Tel Aviv University and the Vietnam Academy of Science and Technology (VAST))의 과학자들은 박쥐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반딧불이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반딧불이들이 날개에서 특정 주파수의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연구팀은 적어도 네 종의 반딧불이에서 초음파 주파수를 확인했는데, 모두 반딧불이가 들을 수 없는 주파수였습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 초음파가 서로 의사 소통이나 짝짓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방해하거나 방어하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천적인 박쥐의 귀에 잘 들리는 초음파 신호를 낼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입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초음파라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지닌 박쥐에 대응하기 위해 나방이나 다른 곤충들은 다양한 방어 수단을 개발했습니다. 박쥐의 초음파 신호를 재밍하거나 디코이를 사용하기도 하고 초음파 흡수 물질로 몸을 숨기는 등 현대적 공중전에서 볼 법한 다양한 전략을 구상합니다. 반딧불이가 초음파를 생성한다면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합니다.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어떤 사실이 밝혀질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iology/fireflies-ultrasound-musical-armor/
https://www.cell.com/iscience/fulltext/S2589-0042(21)00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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