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 time, humans gradually evolved a stronger enhancer for activating Engrailed 1 gene expression, resulting in more sweat glands and making them the sweatiest of the Great Apes. Credit: Perelman School of Medicine at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
인간이 다른 영장류와 외형상 크게 다른 이유는 이족 보행을 할 뿐 아니라 털이 퇴화되어 거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잠시간 두 발로 서서 걸을 수 있는 유인원은 있어도 인간처럼 털이 작아져 맨살이 드러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털의 주요 기능이 보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은 열을 식히기 위한 진화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조상이 뜨거운 아프리카에서 진화하면서 냉각에 최적화된 몸을 진화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냉각을 위해서는 단순히 털이 없어지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인간의 땀샘은 가까운 영장류보다 밀도가 10배에 달합니다. 따라서 많은 땀을 흘려 빠르게 열을 식힐 수 있습니다. 인간은 큰 뇌라는 열이 상당히 많이 나는 장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영장류 가운데서 열을 식히는데 특화된 것입니다.
펜실베니아 의대의 야나 캄베로프 교수(Yana Kamberov, Ph.D., an assistant professor of genetics at Penn Medicine)가 이끄는 연구팀은 의외로 단순한 유전자 변화가 땀샘 변화를 이끌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땀샘을 코딩하는데 필요한 유전자인 EN1 (Engrailed 1) 자체의 변이가 아니라 이를 조절하는 유전자인 hECE18의 변이가 땀샘의 숫자를 크게 늘린 것입니다.
언어나 뇌의 발달 같은 진화는 매우 복잡한 유전자 변화를 통해 일어났기 때문에 사실 유전자 변이 1-2개로는 정확한 과정을 재구성하기 어렵습니다. 상대적으로 땀샘의 증가는 유전자 변이 하나로 쉽게 설명이 가능했지만, 사실 이것 역시 보다 큰 관점에서 봤을 때 인간의 복잡한 진화의 한 퍼즐 조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털이 퇴화하지 않았다면 땀샘의 숫자 증가는 제한적인 효과만 있었을 것입니다. 또 지능이 발달해서 물을 쉽게 구하거나 저장하는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면 땀 분비 증가가 탈수로 이어져 오히려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능 발달과 털의 퇴화, 땀샘의 증가는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현재의 인간으로 진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아무튼 인간이 가장 '쿨(cool)'한 영장류가 된 이유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04-chillest-ape-humans-evolved-super-high.html
Daniel Aldea et al, Repeated mutation of a developmental enhancer contributed to human thermoregulatory evolu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1). DOI: 10.1073/pnas.202172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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