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ceratops skeleton at 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Michael Gray from Wantagh NY, USA )
식물과 초식동물은 사실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식동물은 식물을 뜯어 먹지만, 대신 식물의 열매와 씨앗을 먹어 씨앗을 퍼트리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주기적으로 오래된 식물을 먹어 새로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합니다. 결국 이 둘이 서로 공존하는 생태계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 (University of Auckland)의 조지 페리 교수 (Professor George Perry)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형 초식 공룡이 식물의 씨앗을 얼마나 멀리까지 이동시켰을지 연구했습니다. 현대의 코끼리 같은 대형 초식 동물의 사례를 생각하면 막대한 양의 풀과 식물을 먹는 초식공룡은 비료와 함께 씨앗을 파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몸무게 8-10톤에 달하는 트리케라톱스의 경우 최대 시속 25km 정도의 속도로 이동했을 것입니다. (단거리 전력 질주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걸어서 이동하는 경우) 몸무게 6-8톤 정도되는 스테고사우루스의 경우에도 속도는 비슷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하루에 수백km 씩 이동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들 역시 주로 먹이와 물이 있는 자신의 영역에서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이어트 하는 것도 아니고 쓸데없이 수백km를 이동해 에너지를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통상적인 초식 공룡들은 4-5km 이내 반경에서 씨앗을 뿌렸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드물게 30km 정도 장거리 파종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식물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했을 것입니다. 수km 정도 떨어져 부모와 간섭하지 않는 거리에서 새로운 씨앗이 좋은 비료가 될 배설물과 함께 뿌려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죠. 이렇게 자란 식물은 초식공룡이 먹을 식량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을 것입니다. 중생대에 크게 번성한 거대 초식공룡은 아마도 지구 역사상 씨앗 뿌리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한 동물들이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초식 동물의 소화관 내 화석과 배설물 화석을 통해서 씨앗을 파종하는 행위가 공룡이 등장한 것보다 훨씬 이전인 2억 8500만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식동물과 식물의 공생 관계는 초식동물과 식물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고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
George L. W. Perry. How far might plant-eating dinosaurs have moved seeds?, Biology Letters (2021). DOI: 10.1098/rsbl.2020.0689
https://phys.org/news/2021-01-giant-dinosaurs-seeds-prehistoric-worl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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