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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타알릭은 현생 사지 동물의 직접 조상일까?



 앞서 소개한 틱타알릭은 어류와 사지 동물 사이의 중간 단계를 보여주는 화석으로 매우 가치가 높습니다. 대략 4억 2천만년 이전에 턱이 있는 물고기인 유악류가 등장했고 이들은 크게 세 집단으로 갈라졌습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남은 것은 전신에 단단한 석회화된 뼈를 지닌 경골어류와 일부만 단단한 뼈를 지닌 연골어류입니다. 현생 사지 동물의 조상은 단단한 뼈를 지닌 경골어류에서 진화했는데, 바다와는 달리 육지에서는 몸무게를 지탱할 단단한 골격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할 때 필연적인 결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경골어류가 육지 상륙을 시도했던 것은 아닙니다. 육지에서 걷기 위해서는 단단한 뼈 이외에도 튼튼한 다리가 필요한데, 현재 경골어류의 주류인 조기어류(Actinopterygii (ray-finned fish))는 얇은 막 같은 지느러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망둥이처럼 육지에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게 진화된 경골어류도 있지만, 이들 역시 네 다리로 걷지는 못합니다. 


 이에 비해 육기어류(lobe-finned fish, sarcopterygian)는 관절과 근육이 있는 다리 같은 지느러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는 폐어나 실러캔스만 살아남았지만, 어류의 시대라고 불린 데본기 말에는 상당히 다양한 육기어류가 바다와 강, 호수를 누볐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육지로 올라와 현생 사지동물의 조상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틱타알릭은 3억 7,500만년 전 그 중간 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화석입니다. 이 내용은 제 책인 포식자에서 다뤘습니다. 






(In Late Devonian vertebrate speciation, descendants of pelagic lobe-finned fish – like Eusthenopteron – exhibited a sequence of adaptations: Panderichthys, suited to muddy shallows; Tiktaalik with limb-like fins that could take it onto land; Early tetrapods in weed-filled swamps, such as: Acanthostega which had feet with eight digits, Ichthyostega with limbs. Descendants also included pelagic lobe-finned fish such as coelacanth species. In 2000 P. Ahlberg et al. described a transitional form from fish to tetrapod, Livoniana. This creature dates 374 - 391 million years ago, a successor to Panderichthys. Graphic by dave souza, incorporating images by others, as description)


 당시에 이렇게 물고기인데, 다리나 허파를 지녀 육지에서도 잠시간 지낼 수 있었던 어류를 Fishapod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들은 인간을 포함한 현생 사지 동물의 조상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틱타알릭이 정확히 현생 사지동물의 공통 조상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 시절에도 수많은 Fishapod (사지형 어류) 들이 살았을 것이고 화석으로 발굴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틱타알릭은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이종으로 현생 사지 동물의 진화에 대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틱타알릭 자체는 후손없이 멸종했을지도 모르지만, Fishapod들 가운데 일부는 양서류로 진화했다는 것이죠. 


 책에서는 아마도 이들이 육지로 진출한 것은 먹이를 잡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육지로 상륙한 사지 동물의 조상은 훌륭한 포식자라는 설명을 한 바 있습니다. 틱타알릭은 당시 생태계에서 제법 큰 동물로 상위 포식자에 속했기 때문에 천적을 피해서 달아났다는 설명보다는 먹이를 잡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더 그럴듯 하기 때문입니다. 육지에는 아직 척추동물은 없지만, 먼저 육지에 상륙한 절지 동물이 풍부해 먹이를 구하기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책에서 설명하지 못했던 내용이지만, 사실 다른 과학 이론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2010년 한 고생물학자 그룹이 폴란드의 데본기 중기 지층에서 사지 동물의 발자국 화석 같은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Zachełmie trackmakers predate not only ichthyostegids and elpistostegids (including Tiktaalik) but also a number of tetrapodomorph fish which until 2010 were unanimously considered ancestors of tetrapods. CC BY-SA 3.0)


 Zachełmie trackmaker 라고 불리는 이 발자국 화석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견이 분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알려진 동물의 발자국의 경우 모양을 대조해서 유추할 수 있지만, 화석조차 발견된 적이 없는 동물의 발자국 화석은 신빙성이 의문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더구나 이 동물이 생존했다고 여겨지는 4억년 전은 사실 경골어류의 조상이 등장한 시기와 비슷해서 그렇게 빠른 시일에 사지 동물이 진화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항상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어 기존의 이론이 수정될 수 있는 게 과학인만큼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지동물의 조상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사지 동물의 진화가 한 차례 일어난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발생했을지도 모르는 것이죠. 그러나 아직은 사지형 어류가 더 설득력 있는 설명입니다. 왜냐하면, 틱타알릭 외에도 여러 화석들이 발견되었는데다, 이후 등장한 양서류와 시기적으로도 가까워서 사지동물의 진화를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Zachełmie trackmaker는 다리 사이 거리가 26cm에 달하는 비교적 큰 사지동물인데다 꼬리를 끌었던 흔적도 없어 만약 실제 사지동물이라면 이미 상당히 진화된 네 발 짐승이 이 시기에 등장했다는 이야기인데, 이 정도라면 사실 적지 않은 수의 사지동물 화석이 지층에 남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연대 추정에 문제가 있거나 혹은 발자국 화석이 아닌데 잘못 해석했다는 반박이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항상 과학에서는 비주류였던 의견이 증거가 보강되면서 주류 이론을 뒤집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혹시 우리가 몰랐던 화석이 발견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틱타알릭과 같은 시기에 살았던 사지형 어류가 현생 사지 동물의 조상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가장 과학적으로 타당하지만, 앞으로 지층을 뒤져보면 예기치 않았던 결과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죠. 아마도 그것이 과학의 가장 흥미로운 속성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 



Niedźwiedzki, Grzegorz; Szrek, Piotr; Narkiewicz, Katarzyna; Narkiewicz, Marek; Ahlberg, Per E. (7 January 2010). "Tetrapod trackways from the early Middle Devonian period of Poland". Nature. 463 (7277): 43–48. Bibcode:2010Natur.463...43N. doi:10.1038/nature08623. 

Niedźwiedzki, Grzegorz; Szrek, Piotr; Narkiewicz, Katarzyna; Narkiewicz, Marek; Ahlberg, Per E. (2010). "Tetrapod trackways from the early Middle Devonian period of Poland. Supplementary information". Nature. 463 (7277): 43–8. doi:10.1038/nature08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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