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역사상 가장 거대한 암모나이트 이야기



 중생대를 대표하는 연체동물은 역시 암모나이트입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암모나이트류가 등장한 건 고생대입니다. 이들은 적어도 데본기에 등장해서 빠르게 세력을 넓혀 두족류의 대표주자가 되었는데, 사실 그 이유는 확실치 않습니다. 비록 껍데기 (패각)의 모습은 좀 다르지만, 사실 생김새는 앵무조개류와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다 현생 오징어, 갑어징어, 문어류의 조상과 비교해도 그렇게 특별한 장점이 있어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생김새와는 달리 앵무조개보다는 문어, 오징어와 더 가까운 부류입니다) 


 아무튼 이들은 중생대의 대표 해양 생물종이 될 만큼 크게 번성했습니다. 대부분은 작은 크기였지만, 숫자와 종류 모두 당시 최고 수준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중생대 해양 생태계의 먹이 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당시 바다에 살았던 해양 파충류들 - 어룡, 수장룡, 모사사우루스 - 모두 암모나이트를 즐겨 먹었으며 이들이 이빨 자국이 새겨진 많은 암모나이트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크게 번성한 무리인 만큼 이 가운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기가 거대한 암모나이트류 역시 존재했습니다. 지금 소개할 파라푸조시아 (Parapuzosia seppenradensis)는 가장 거대한 암모나이트로 제 책인 포식자에서 잠시 소개했었습니다. 







 파라푸조시아 세펜라덴시스는 19세기 말에 독일의 과학자인 헤르만 란도이스(Hermann Landois,)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그가 발견한 거대한 패각 화석은 연결했을 때 대략 1.8m의 지름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Hermann Landois (1835–1905) - Landois, H. (1895). Die Riesenammoniten von Seppenrade, Pachydiscus Zittel Seppenradensis H. Landois. Jahresbericht des Westfälischen Provinzial-Vereins für Wissenschaft und Kunst 23: 99–108.)


 기념 사진을 찍은 모습에서도 볼 수 있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이 거대 나선 껍데기를 지닌 고대 생물은 정말 놀라운 존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후세 과학자들은 이 패각이 완전하지 않으며 실제 개체의 크기는 적어도 지름 2.55m에 무게도 1.4톤 이상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거대 암모나이트가 어떻게 살았는지 신기할 정도의 크기인 셈입니다. 


 두꺼운 껍데기를 생각하면 (아마도 무게의 반은 패각이었을 것으로 추정됨) 사실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 텐데 과연 어떻게 먹이를 사냥했는지도 궁금한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크기를 감안하면 자연상태에서는 천적이 별로 없어 빨리 피할 이유는 없었겠지만, 반대로 먹이를 잡을 때는 무겁고 큰 껍데기가 상당히 부담되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런 거대 암모나이트가 존재했다는 것은 어떻게든 극복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물론 그래도 지름 1m가 넘는 암모나이트는 매우 드문 존재입니다. 껍데기는 훌륭한 방어 수단이긴 하지만, 무게가 제법 나갑니다. 지름이 두배가 되면 부피는 8배가 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크기가 커질수록 껍데기의 무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초대형 암모나이트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로 신기한 일입니다. 이들은 백악기 후반기에 등장했다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파라푸조시아 속에는 Parapuzosia bradyi라는 이보다 약간 작은 근연종이 존재하는데, 껍데기의 지름이 1.4-1.8m 정도에 달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역시 백악기 후기에 등장한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 외에 1m 이상의 지름을 지닌 암모나이트가 몇 종 더 존재했지만, 암모나이트의 대부분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비교적 작은 크기의 생물체였습니다. 이렇게 큰 암모나이트가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이들이 워낙 다양하게 적응 방산한 덕에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종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원형이 아니라 매우 독특한 껍데기를 진화시킨 암모나이트류도 존재합니다. 다음에는 이들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