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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년 전 바이러스 깨우기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RNA나 DNA 같은 유전물질을 가지고 증식한다는 점은 생명체와 비슷하지만, 생명체와는 달리 항상 대사와 생명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랬동안 무생물처럼 보존될 수 있다는 점은 무생물에 가깝습니다. 특히 후자의 특징 때문에 바이러스는 수십년은 물론 수백년이 이상 보존되었다가 깨어날 수 있는데, 이런 점은 무생물에 가까운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최근 장-미첼 클라베리에(Jean-Michel Claverie)등이 이끄는 프랑스 과학자팀은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에서 3만 년 전에 살았던 거대 바이러스를 발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화석이 아니라 DNA와 단백질이 모두 살아있는 바이러스였습니다. 영구 동토의 낮은 기온 덕분에 이 바이러스들이 냉동 보존되었던 것이죠.

 이 바이러스의 명칭은 시베리아에서 온 부드러운 바이러스라는 뜻의 몰리바이러스 시베리쿰(Mollivirus sibericum)입니다. 사실 바이러스 자체는 2003년 처음 그 존재가 알려졌으며 이번에 연구팀에 의해 새롭게 분리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를 온전하게 분리했다는 것이죠.


 (참고로 이전에 발견된 다른 3만 년 된 바이러스도 있지만, 이번에 깨우는 것은 속이 다릅니다. http://blog.naver.com/jjy0501/100206771057 참조  )  


(몰리바이러스 시베리쿰의 전자 현미경 사진.  Imaging of Mollivirus particles. (A) Scanning electron microscopy of two isolated particles showing the apex structure. (B)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M) imaging of an ultrathin section of an open particle after fusion of its internal lipid membrane with that of a phagosome. (C) Enlarged view of the viral tegument of a Mollivirus particle highlighting the layer made of a mesh of fibrils (black arrow), resembling Pandoraviruses’ intermediate layer, and the underneath internal membrane (white arrow). Three ∼25-nm interspaced rings are visible around the mature particle. (D) Light microscopy (Nomarski optics 63×) imaging of a lawn of Mollivirus particles, some of them (black arrow) exhibiting a depression at the apex. Credit: (c) 2015 PNAS, doi: 10.1073/pnas.1510795112 ) 

 연구팀은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 센터(France's National Centre for Scientific Research (CNRS))의 격리된 연구실에서 이 바이러스를 자연 상태의 숙주인 아메바에 감염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비록 보존 상태가 좋다고는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큰 편 (0.5 미크론의 크기에 500 여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음)이기 때문에 모든 유전자가 다 제대로 작동해서 번식을 할지는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이 바이러스를 이렇게 되살리려고 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위험한 바이러스일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사실은 그 점이 이 바이러스를 검증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시베리아와 캐나다, 알래스카 등지의 영구동토 층은 이름처럼 '영구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는 추세와 더불어 이 지역의 온도는 더 빨리 오르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다 이 지역에서 가스, 석유, 다른 천연 자원을 찾기 위해서 계속해서 땅을 시추하고 파는 행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과거 오랜 세월 잠들어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새 생명(?)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죠.

 이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과연 실제로 수만년 전의 바이러스가 다시 감염력을 지닐 수 있는지 테스트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철저하게 격리된 실험실에서 말이죠. 실제로 감염력이 있다면 함부로 영구 동토층을 파헤치지 못하게 규제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열대 지방 뿐 아니라 녹아내린 영구 동토층에서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바이러스가 감염력을 잃었거나 혹은 증식을 못하면 더 좋은 일이라고 해야하겠죠. 물론 결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연구는 PNAS에 실렸습니다.


 참고   

In-depth study of Mollivirus sibericum, a new 30,000-y-old giant virus infecting Acanthamoeba,PNASwww.pnas.org/cgi/doi/10.1073/pnas.151079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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