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teriophages seen under the microscope. Credit: Matthew Dunne / ScopeM / ETH Zurich)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박테리오파지 (bacteriophage) 혹은 더 줄여서 파지라고 부릅니다. 어느 쪽이든 먹다라는 의미로 세균 안으로 침투한 후 증식하고 세균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퍼트리는 방식은 똑같습니다. 박테리오파지는 사람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세균만 파괴하기 때문에 특정 병원균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개발이 활발합니다. 다만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인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고 안에서 어떤 변이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현재는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ETH Zurich)와 발그리스트 대학 병원 (Balgrist University Hospital)의 과학자들은 요로 감염의 치료 및 진단에 박테리오파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우선 연구팀은 요로 감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세균 3종 - 대장균, 크렙시엘라, 장내구균 (Escherichia coli, Klebsiella and Enterococci ) - 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세균들을 동정하는데는 몇 일이 필요합니다. 그 사이 환자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대부분 결과를 보기 전에 경험적 항생제를 처방하는 데 이로 인해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이나 지나친 광범위 항생제 처방이 이뤄져 항생제 내성과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각각의 세균에 감염되는 박테리오파지의 유전자를 개량해 생물발광 물질을 생산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6명의 환자에서 얻은 소변 샘플에 박테리오파지를 넣고 생물 발광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박테리오파지들은 5시간 이내로 대장균, 장내 구균, 크렙시엘라에 대해서 민감도 (sensitivity) 68%, 78%, 87%, 특이도 (specificity) 99%, 99%, 99%, 정확도 (accuracy) 90%, 94%, 98%로 세균을 진단했습니다.
이 방법은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입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에서 큰 문제가 없으며 원리상 특정 바이러스를 매우 빨리 진단할 수 있어 가격이 적당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면 임상에서 실제 도입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연구팀은 또 다른 연구에서 박테리오파지가 세균 속에서 더 잘 증식하게 유도할 뿐 아니라 박테리오신이라는 세균 독소를 만들도록 유전자를 조작했습니다. 그 결과 개조된 박테리오파지는 세균만 선택적으로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경우 인체에 실제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까다로운 임상 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치료보다는 진단 기술 쪽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임상에 도입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bacteria-hunting-viruses-diagnose-treat-uti-bladder/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9863-x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