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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 심장을 동시에 이식해 면역 거부 반응을 막는다



 (The donor heart for Rodriguez's transplant was transported in a machine that circulates blood and nutrients in the organ. Credit: John Michael Maier, UW Medicine Heart Institute)

장기 이식에서 가장 두려운 순간은 이식된 장기가 갑자기 거부 반응을 일으키면서 괴사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이식전 면역 반응에 대한 검사가 매우 상세히 이뤄집니다. 그리고 이식 후에는 면역 억제제를 평생 복용하게 됩니다.

워싱턴 의대의 의료진들은 매우 특수한 장기 이식 사례를 보고했습니다. 31세 여성인 아드리아나 로드리게즈 (Adriana Rodriguez)는 3번째 아이를 출산 한 후 갑작스럽게 심장 관상 동맥이 박리되어 심각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이는 임신 중 생길 수 있는 드문 합병증으로 결국 그녀는 에크모 (ECMO)에 의존해 경우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심장 이식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고 그녀를 리스트에 올려놨습니다.

하지만 의료진은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임신 후 면역 상태가 크게 민감해진 상황이라서 이식을 진행할 경우 99%의 확률로 급성 거부 반응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검사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난감한 상황에서 주치의인 신 린 박사 (Dr. Shin Lin)는 과거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합니다. 이전 연구에서 심장 - 간 동시 이식이 면역 거부 반응을 크게 줄였다는 보고에 기반해서 멀쩡한 환자의 간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이 환자는 간과 심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것입니다.

간 자체는 면역 기관은 아니지만, 사실 많은 면역 세포와 항체를 갖고 있으며 혈관 분포가 풍부하기 때문에 이식 후 여기서 많은 항체가 장기로 흘러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장기를 동시에 이식하는 것은 그만큼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의료진 중 일부는 반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린 박사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고 이를 시행했습니다.

결국 환자는 에크모를 떼고 퇴원할 수 있었으며 반 년이 지난 시점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옳은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술의 복잡도와 난이도를 생각할 때 의료진의 도전 정신과 노고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23-07-historic-procedure-donor-liver-heart.html

Shin Lin et al, Heart after Liver Transplantation with Domino for a Highly Sensitized Patient, The Journal of Heart and Lung Transplantation (2023). DOI: 10.1016/j.healun.2023.06.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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