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72 - 성간 우주를 향한 여행을 시작한 여행자 보이저 1 호


(성간 우주 (interstellar space) 로 진입하는 보이저 1 호의 상상도  The Space Between: This artist's concept shows the Voyager 1 spacecraft entering the space between stars. Interstellar space is dominated by plasma, ionized gas (illustrated here as brownish haze), that was thrown off by giant stars millions of years ago. (Credit: NASA/JPL-Caltech)


 보이저 1 호가 태양계의 가장 자리에 들어섰다는 내용의 포스트는 이미 여러번 작성한 바 있습니다. 그 내용들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태양계의 끝을 향해가는 보이저 1 호 : http://jjy0501.blogspot.kr/2012/07/73-1.html
미지의 영역으로 다가선 보이저 1 호 : http://jjy0501.blogspot.kr/2012/12/123-1.html
마침내 성간 우주로 진입하는 보이저 1호 : http://jjy0501.blogspot.kr/2013/06/153-interstellar-space-1.html


 마지막에 언급했던 바에 의하면 보이저 1 호는 태양 자기장 (sun's magnetic field lines ) 과 성간 자기장 (interstellar magnetic field lines ) 이 연결되는 태양계의 외곽지역인 마그네틱 하이웨이 (Magnetic Highway)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설명했듯이 지난 1 년 이상 기간 동안 보이저 1 호의 센서들은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 입자들은 감소하고 70 MeV 의 고에너지 입자 (멀리서 폭발한 초신성에서 기원한 입자들로 항성과 항성 사이의 공간에 있는 성간 물질) 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2012 년 8월 이후 저 멀리 성간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가 급격히 증가.  This plot shows a dramatic increase in the rate of cosmic ray particle detection by the Voyager 1 spacecraft.  Credit : NASA  )  



(역시 2012 년 8월 이후 태양계의 행성간 공간에서 측정되던 입자가 급격히 감소 Readings from LA1 instrument on Voyager 1 consisting of collisions of greater than 0.5 MeV/nuc nuclei, principally protons, and is sensitive to low-energy phenomena in interplanetary space.  Credit : NASA  ) 



(태양계와 성간 공간의 경계인 마그네틱 하이웨이를 통과하는 개념도  This artist's concept shows how NASA's Voyager 1 spacecraft is bathed in solar wind from the southern hemisphere flowing northward. Image credit: NASA/JPL-Caltec ) 



 따라서 이전에 언급했듯이 이미 보이저 1 호가 성간 우주로 진입했다는 의견도 있었고 아직 전이 지대를 지나는 중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여기까지 태양계 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라는 표지판이 있을 리도 만무하기 때문에 솔직히 태양계의 끝 (여기서 정의하는 태양계는 태양에서 나오는 입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 우주의 지역인 Heliosheath 까지임. 여기를 벋어나면 성간풍이 지배하는 공간. 만약 태양계의 경계를 오르트 구름으로 정의하면 아직 보이저 1 호는 태양계 안에 있는 셈) 이라고 해도 수 AU 에 달할 수 있습니다. 현재 1 년에 3.6 AU (평균) 이동하는 보이저 1 호가 여기를 지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이전에 설명드렸죠.


 아무튼 태양에서 도달하는 입자의 수가 현저히 감소한 지 1 년이 되었는데도 나사는 태양권을 벗어났다는 발표를 뒤로 미뤘습니다. 전이 지대를 지나는 중이라 갑자기 행성간 공간 입자의 밀도가 갑자기 증가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죠. 지난 8월 이후 나사와 여러 연관 과학자들은 진짜로 보이저 1 호가 태양권일 벗어나 성간 공간에 돌입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데이터를 꾸준하게 분석했습니다.   


 2013 년 9월 12일 과학 저널 Science 에 돈 거네트 (Don Gurnett) 가 이끄는 아이오와 대학의 연구팀이 보이저가 사실상 성간 공간에 진입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때를 기해 나사 역시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보이저 1 호가 사실상 성간 공간으로 진입한 첫번째 우주선이 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1977 년 발사 후 36 년 만이며 성간 공간으로 진입한 첫번째 인공물이기도 합니다. 그 거리는 190 억 km 에 달합니다. 



(공식 영상. 36 년전 자신들이 발사한 우주선이 무사히 태양권을 벗어나는 걸 직접 보게된 Ed Stone 을 비롯한 보이저 과학자들의 심정도 감개무량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나사와 합동 연구팀이 이를 밝혀내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보이저 1 호는 이미 성간 우주로 진입했는지 확인해 줄 플라즈마 센서가 작동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보이저 1 호의 플라즈마 입자 환경을 조사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태양으로 부터의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2012 년 3월, 태양에서 발생한 코로나 물질 방출 (CME) - 태양에서 수십억 톤 이상의 고에너지 입자가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현상 - 이 13 개월의 여행을 거쳐 보이저에 도달했는데 이 때 보이저의 플라즈마 웨이브 장치 (plasma wave instrument ) 가 작동해서 마치 바이올린 줄을 튕기듯이 플라즈마가 진동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위의 동영상 참조) 


 이 진동의 높낮이를 측정한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가 태양권의 가장자리에 있을 때 보다 40 배나 높은 플라즈마 환경에 노출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와 같은 플라즈마 입자의 밀도는 이전의 이론에 의하면 성간 공간에서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제 보이저가 성간 공간에 들어섰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아직은 CME 를 비롯해서 태양에서 날라오는 물질이 아주 없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것마저 없는 상태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진 알기 힘들지만 말이죠. 


 보이저 1호는 현재 지구에서 190 억 km, 보이저 2 호는 150 억 km 떨어진 지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들의 출력은 매우 떨어져 23 W 정도까지 감소했지만 (이 정도면 형광등 수준) 꾸준히 나사와 교신 중에 있습니다. 이들이 보내는 신호는 지구에 도달하면 10 억 분의 1 와트 수준까지 감소하지만 나사의 34 미터 그리고 70 미터 Deep Space Network station 의 안테나로 수신이 가능합니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160 비트 정도입니다. 보이저 1호의 신호가 지구 까지 도달하는데는 이제 17 시간 정도가 필요합니다.  



(현재 보이저 1 호의 위치를 천구 상에 표시한 것, 페가수스 자리와 백조 자리 사이 존재. 클릭하면 원본  This is an artist's impression of Voyager 1's position on the sky when observed by the Very Long Baseline Array (VLBA) on Feb. 21, 2013, at which point -- according to 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 -- Voyager was already outside of our solar system. The actual image from the data (enlarged section) is 0.5 arcseconds across. The radio signal as shown is a mere 1 milliarcsecond across. Credit: Alexandra Angelich, NRAO/AUI/NSF ) 


 아무튼 태양계의 여행자이던 보이저 1 호가 이제는 먼 심연의 우주로 진입한 셈입니다. 앞으로 보이저 1 호는 1 년에 평균 3.6 AU 씩 태양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이대로 진입할 경우 4 만년 정도 후에는 글리제 445 ( 혹은 AC +79 3888 로도 알려짐) 에 1.6 광년 정도로 근접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다른 수백만년 후엔 다른 행성계에 진입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우주의 항성들이 워낙 먼 거리에 흩어져 있어 사실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앞으로 보이저 1 호는 성간 우주를 정처 없이 여행하면서 우리에게 보이저 1 호가 아니면 보내줄 수 없는 데이터를 보내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2020 년 이후로는 사실상 거의 작동하는 장비가 없을 것이고 2025 년에서 2035 년 사이에는 사실상 전원이 셧다운 되어 조용히 수명을 마감할 것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D. A. Gurnett, W. S Kurth, L. F. Burlaga, and N. F. Ness. In Situ Observations of Interstellar Plasma With Voyager 1.Science, 2013; DOI: 10.1126/science.1241681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09/130912135507.htm

http://www.jpl.nasa.gov/news/news.php?release=2013-277

http://phys.org/news/2013-09-voyager-spacecraft-interstellar-space.html

http://en.wikipedia.org/wiki/Voyager_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