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햄프턴 대학 (University of Southampton) 의 고고학자들이 네안데르탈인이 존재하기 수천년 전에도 인류의 조상이 거대한 코끼리를 사냥하고 도륙할 수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연구한 것은 대략 78 만년전에서 5 만년 전 사이 존재했던 코끼리의 일종인 straight-tusked elephant (Palaeoloxodon antiquus) 으로 이 표본은 2003 년에 켄트의 앱스플리트 (Ebbsfleet in Kent) 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사실 이 표본이 발견된 것은 고속 철 건설과 연관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2003 년에 발견된 고대 멸종 코끼리 화석 Elephant tusks at Ebbsfleet. (Credit: University of Southampton))
이 화석의 주인이 살았던 시기는 대략 42 만년 전으로 이때는 Hoxnian Stage (혹시안 간빙기) 라고 불리는 빙하기 사이의 다소 온난한 시기였습니다. 사실 이 시기의 기후는 지금보다 약간 더 따뜻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구를 진행한 웬반 - 스미스 박사 (Dr Wenban-Smith) 에 의하면 이 고대의 코끼리가 최후에 만난 동물이 무엇인지 확실치는 않아도 고대 호미닌 (Hominin) 들에 의해 고기가 발라진 흔적은 확실다고 합니다. 그에 의하면 적어도 4 명의 사람 (?) 이 이 작업을 같이 했을 것 같다고 합니다.
참고로 지금은 멸종된 이 거대 코끼리는 최대 3.9 미터의 키에 6-7 톤이나 되는 엄청난 체중을 가진 동물입니다. 여기서 고기를 발라낸다면 부족이 한동안 먹기에 충분한 수준의 보상이 주어지는 셈입니다. 협력할 동기는 충분하겠죠. 아마도 고기를 발라내는 순간이 이 고대 호미닌들에게는 고되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고대 호미닌이 (적어도 호모 사피엔스의 가능성은 0% 인데 호모 사피엔스는 20 만년전 아프리카에서 진화했기 때문)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도 (아직은 좀 이르기 때문인데 네안데르탈인의 선구 조상이 대략 60 만년에서 35 만년 정도 전에 분기하고 호모 사피엔스와는 30 - 40 만년전 분기한 것으로 생각됨)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다른 호미니드들도 후보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코끼리의 흔적만으로는 100% 알 수 없는 미스테리일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 호미닌이 꽤 큰 동물을 처리하기 위해 협동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이미 42 만년전 부터 가능했다는 점은 아주 초기의 네안데르탈인이나 혹은 그 조상이 사회적인 협동이 가능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서로 협력해서 사냥을 했을 수도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입니다. 다만 이 표본의 경우 사냥으로 잡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죽은 동물을 해체한 것인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연구팀은 45 만년전 Anglian 빙하기에 북유럽에서 국지적으로 멸종된 호미닌이 다시 혹시안 간빙기에 북상해서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시기에 이런 대형 동물이 제공하는 고기가 중요한 식량이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흔적이 잘 남지 않는 나무 창 같은 도구를 이용해 사냥을 했을 가능성도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쩌면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공통 조상인 Homo heidelbergensis 이 이 흔적의 주인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오래 전부터 도구를 이용해서 거대한 동물을 처리하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은 현재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중요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력과 도구 사용을 통해 인간은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으니 말이죠. 그 기원은 아마도 혼자의 힘으로 잡을 수 없는 거대한 선사시대의 동물들을 함께 사냥하거나 혹은 시체에서 고기를 얻어내는 일에서 시작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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