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 년 8월 22일 공개된 한국은행의 '2013년 2/4 분기 중 가계 신용 (잠정)' 에 의하면 2013 년 6월말 기준으로 가계 신용 잔액은 전분기 대비 16.9 조원이 증가한 980 조원 (가계 대출 926.7 조원 + 판매 신용 53.3 조원) 으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것입니다. 가계 대출이 늘어난 것은 역시 집 때문인데 취득세 인하 조치로 인해 주택 매매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가지 이유고 전월세난으로 인해 대출이 증가한 것도 다른 이유로 보입니다. 물론 저금리 기조 역시 중요한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한국의 가계 대출 증가 추이. 2013 년의 경우 2 분기 (6월말) 까지 추정. Source : 한국 은행/금융 감독원)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 증가. 2013 년의 경우 1분기까지 Source : 한국 은행/금융 감독원 )
위의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사실 2013 년 4/4 분기에는 국내 가계 부채가 총 1000 조원을 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도 한번 가계 부채를 언급하면서 1000 조원 시대를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즉 좁은 의미의 가계 대출을 의미하는 가계 신용 대출 총액이 이제 1000 조원에 근접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전에 설명했듯이 좀더 넓은 의미의 가계 대출을 의미하는 가계 신용 + 자영업 대출을 합하면 이미 1100 조원 이상입니다. 이는 이미 2011 년에 1000 조원이 넘었습니다.
아무튼 가계 신용 대출이 1000 조원에 육박하고 있어 가계 부채 폭탄 이야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봐서 모든 계층이 위험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취약 계층에서는 문제가 될 소지는 있어 보입니다.
일단 부채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도 같이 늘어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채를 100 억원 쯤 가진 이는 자산가 이겠지만 부채를 1000 만원 가진이는 신용 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금융 기관이라도 상환 능력을 생각하고 빚을 빌려주는 법이기 때문에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대출을 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부채가 많은 사람이 더 자산가이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채가 증가하는 것 자체는 위기라고 말하긴 힘듭니다. 문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부채를 진 경우입니다.
한국의 경우 2004 년에서 2013 년 사이 10 년간 가계 신용 대출은 2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가계의 가처분 소득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준 조세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돈) 대비 비율은 103 % 136% 로 이에 비해 증가율이 비교적 적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위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그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011 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중은 89.2% 로 영국의 100.8% 보다 낮았고 미국의 89.9% 와 비슷했지만 일본의 82.1% 보다 높았으며 OECD 평균인 74.5% 보다 더 높았습니다. 따라서 평균 보다 약간 높은 건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비율에서 위험하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태입니다.
그러나 증가율에 있어서는 1999 년에서 2012 년 사이 연평균 가계 부채가 11.7% 로 성장해 명목 국내 총생산 성장률 7.3%,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율 5.7% 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소득 보다 부채 증가율이 앞서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앞으로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결국 미래에는 가계 부채가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부채 위기론이 부각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부채가 증가했다고 바로 신용 불량으로 빠지지는 않겠지만 이자 비용 증가로 인한 가계의 실질 소득 감소와 소비 심리 위축 -> 내수 위축 으로 이어질 우려는 있습니다. 또 양적 완화 축소 분위기와 맞물려 장기적으로 금리가 만약 상승하는 경우 (이 부분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겠죠. 따라서 한국이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현재 소비 지출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2013 년 2 분기에는 실질 소비 지출이 전년 동기보다 0.4% 감소하는 등 2012 년 3 분기 이후 4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저금리로 인해 이자 비용도 낮아졌기 때문에 이자 비용 증가로 인한 소비 위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기획 재정부의 판단입니다. 그보다는 낮은 소득 증가율이 소비 부진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데 주택 담보 대출 비용이 여전히 존재하는 하우스 푸어가 가계 소비 위축의 한 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의 가계 부채 수준이 위험하고 장기적으로 소비 위축과 일본형 장기 불황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부채 증가율도 최근에는 다소 낮아졌다가 2013 년 6월까지 한시적 취득세 인하 때문에 증가한 측면이 있고 계속 이전같이 증가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계층으로 나눠 보면 취약 계층이 존재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2013 년 3월말을 기준으로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 분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84% 로 2 분위 (122%), 3 부위 (130%), 4 부위 (157%)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났습니다. 또 연령대로 봤을 때는 앞으로 소득이 크게 늘 것으로 생각히 힘든 고연령대의 부채 비율이 더 높습니다. 즉 20 대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88% 인데 비해, 30 대는 152%, 40 대는 178%, 50 대는 207%, 60 대 이상은 253% 로 나이가 많을 수록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저소득 고령자일 수록 가계 부채의 부담의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취약 계층은 결국 신용 불량자로 내몰릴 위험이 존재합니다. 개인 회생 신청자수가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특히 50 - 59 세 사이 준 고령자의 신청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위험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만약 금리가 상승한다면 일부 취약 계층은 더 어려움을 겪을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요약하면 한국의 가계 신용 대출이 1000 조원에 이제 육박했고 머지 않이 이 선을 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심각한 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 위기까지는 아니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지만 (양쪽 주장 모두 타당성이 있지만 아직 위기라고 부르기는 이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취약 계층의 부채 문제가 점차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은 일견 타당합니다.
정부에서는 국민 행복 기금이나 개인 회생 등을 통해 취약 계층을 구제하려고 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빚을 탕감해 주는 것 보다는 사실 저소득층 자체를 없애는 것이 되겠죠. 하지만 역시 말이 쉽지 간단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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