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ut data layers used to run the physiography model. Credit: Nature Communications https://doi.org/10.1038/s41467-024-47662-1)
지금으로부터 6만 5천년 전 빙하기가 진행되던 시절 지구의 해수면은 지금보다 크게 낮았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섬이던 지역들도 사실은 육지와 연결된 경우가 흔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호주 위에 있는 큰 섬인 뉴기니는 물론이고 아래 있는 태즈매니아까지 하나로 연결된 대륙을 사훌 (Sahul)이라 명명했습니다.
사훌의 고속도로: https://blog.naver.com/jjy0501/222352566496
고대 호주의 괴수: https://blog.naver.com/jjy0501/221106970822
이 시기 사훌에 도착한 인류의 조상은 빠른 속도로 대륙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당시 사훌은 지금의 호주 대륙처럼 건조한 대륙이 아니라 내부에도 초원이 있고 강이 흐르는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몸무게 3톤이 넘는 거대 유대류와 현재의 코모도 왕도마뱀과 사촌이지만, 몸집은 두 배나 큰 역대 최대 크기 도마뱀인 메갈라니아, 다른 대륙에서는 볼 수 없는 유대류 포식자들까지 다양하고 기이한 생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류 도착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집니다.
이 과정에서 인류의 조상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는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이들이 빠른 속도로 사훌 대륙 전체로 퍼져나간 점은 분명합니다. 시드니 대학의 트리스탄 살레스(Tristan Salles, School of Geosciences, The University of Sydney)가 이끄는 연구팀은 초기 인류가 사훌을 이동한 방향 및 속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고고학, 고인류학적 증거와 당시 기후 데이터를 토대로 초기 인류의 사훌 상륙이 파푸아뉴기니 서부와 티모르 대륙붕 지역에서 먼저 이뤄졌으며 이후 해안선과 다양한 내륙 경로를 따라 연간 0.36-1.15km 수준으로 진행되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상륙 시기는 생각보다 더 오래 전으로 파푸아뉴기니 지역에는 7.5만년 전, 티모르 방변에는 7.3만년 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호주의 기이한 생물들과 공존한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다는 이야기인데, 이들이 멸종한 이유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호주의 지형과 기후가 크게 변한 것을 보면서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이후의 세상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빙하가 다 녹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극단적인 경우 몇 세기 이후 지구는 지금과 너무 다른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4-reconstruct-landscapes-humans-australia-years.html
Tristan Salles et al, Physiography, foraging mobility, and the first peopling of Sahul, Nature Communications (2024). DOI: 10.1038/s41467-024-476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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