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ects (like the larva shown) that have been infested with nematodes emit an odor called prenol that repels other nematodes seeking a host. Credit: UC Riverside)
우리가 살 집을 고를 때 신중을 기하는 것처럼 기생충 역시 숙주를 함부로 고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의 대상은 인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로운 기생충입니다. 농작물을 해치는 곤충에 감염되는 기생충이기 때문입니다.
기생은 숙주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사실 아주 오래되고 인기있는 생존 전략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선충류 (nematode)처럼 단순한 생물체에게는 매우 유리한 전략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많은 선충이 땅속에서 자유 생활을 누리지만, 동시에 인간을 비롯한 여러 숙주에 기생해서 살아갑니다.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곤충도 사실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애들러 딜만 교수(Adler Dillman, assistant professor of parasitology in UCR's College of Natural and Agricultural Sciences)와 그의 동료들은 다양한 곤충에 감염되는 기생성 선충을 연구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250종의 동물에 다시 이 선충들이 기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충의 행동을 연구하던 중 이들이 이미 기생충에 감염된 숙주는 되도록 피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작고 단순한 선충이 어떻게 이렇게 숙주를 선별할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기생충이 숙주에 감염되면 프레놀(prenol)이라는 화학 물질을 방출해 다른 기생충들에게 경고를 한다고 합니다. 땅속에서 자유 생활을 하던 다른 선충들에게 여기는 내가 사는 곳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죠. 이는 이미 숙주에 감염된 기생충에게는 잠재적인 경쟁자를 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새로운 숙주를 찾는 기생충에게는 이미 기생충이 자리잡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적합하지 않은 숙주를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은 상부상조가 가능한 것은 아마도 생존에 가장 유리한 방식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수의 숙주에 기생충이 집중되면 숙주도 문제지만, 사실 기생충이 더 큰 위기에 봉착합니다. 숙주로부터 영양분을 빼앗아 후손을 남겨야 하는데 하나의 숙주에 너무 많은 기생충이 감염되면 아무도 후손을 남길 만큼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가능한 건강하고 기생충이 없는 숙주를 찾는 것이 모든 기생충에게 유리한 방법입니다. 다만 사람처럼 덩치가 큰 숙주이면서 성체 단계에서 섭취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경우에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연구가 해충의 생물학적 방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농약을 이용한 해충 조절은 결국 내성 발생과 환경 파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선충을 이용하는 방법은 이미 토양에 엄청나게 살고 있는 생물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인간과 생태계 모두에 훨씬 안전한 방법입니다. 앞으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참고
More information: Tiffany Baiocchi et al, Host seeking parasitic nematodes use specific odors to assess host resources, Scientific Reports (2017). DOI: 10.1038/s41598-017-066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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