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 rates of evolution and the specimens. Credit: University of Bristol)
플레시오사우루스 혹은 수장룡(장경룡)은 중생대 바다를 주름 잡은 목이 긴 해양 파충류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목이 긴 건 아니었습니다. 페름기 말 대멸종 직후 바다로 뛰어든 수장룡의 조상은 사실 그렇게 목이 길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들은 순식간에 목이 길어졌습니다.
중국 우한의 중국 지질과학대학의 치-링 리우 (Qi-Ling Liu from the China University of Geosciences in Wuhan)가 이끄는 연구팀은 후베이 성에서 발견된 트라이아스 초기의 원시적 수장룡의 조상인 추사우루스 시안젠시스 (Chusaurus xiangensis)의 화석을 분석해 수장룡의 목이 길어진 이유가 기린과 달리 목뼈를 빠르게 추가한 덕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추사우루스는 2억 4800만년 전 페름기말 대멸종 이후 비어 있던 해양 생태계로 뛰어든 해양 파충류로 아직 짧은 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보존 상태가 양호한 화석 표본 덕분에 연구팀은 추사우루스의 목뼈가 모두 17개 정도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주된 먹이인 작은 물고기를 잡는데는 아무래도 긴 목이 더 유리했을 것입니다.
추사우루스가 속한 파치플레우로사우루스 (pachypleurosaur) 역시 목뼈가 짧은 시간에 25개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백악기에 등장하는 엘라스모사우루스 (Elasmosaurus)의 경우 목뼈가 72개로 늘어나면서 목의 길이가 몸통보다 훨씬 길게 늘어났습니다.
포유류의 경우 목뼈의 숫자가 7개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린처럼 목이 길어도 목뼈는 7개에 불과합니다. 상대적으로 그런 제약에서 자유로운 파충류인 수장룡은 목뼈를 길게 늘리는 대신 추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속에서 무게를 지탱할 필요가 없고 빠르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사냥하기 위해서 튼튼함 보다는 유연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목뼈가 늘어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같은 중생대 생물인 익룡이나 현생 동물 중 목이 긴 새인 플라밍고의 경우에도 목뼈의 숫자는 많지 않은 대신 목뼈 하나가 길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는데, 무게를 줄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목이 길어질 때 목뼈의 숫자를 늘릴 것인지 아니면 목뼈의 길이를 늘릴 것인지는 사는 환경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의 합리성은 수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작동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3-09-plesiosaurs-neck-length-gaining-vertebrae.html
Qi-Ling Liu et al, Rapid neck elongation in Sauropterygia (Reptilia: Diapsida) revealed by a new basal pachypleurosaur from the Lower Triassic of China, BMC Ecology and Evolution (2023). DOI: 10.1186/s12862-023-0215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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